[사설] 또 얼마나 나올까…건설 카르텔 이번엔 뿌리 뽑아야

입력 2023-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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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의 안전성을 검증·보완하는 전수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된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주부터 조사를 시작한다고 어제 공표했다. 조사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188개 단지와 현재 공사 중인 105개 단지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뒷전에 놓는 우리 건설계 일각의 못된 근성을 손금처럼 들여다보고 정교하게 도려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주목하는 무량판은 수평 구조인 보 없이 수직 기둥만으로 슬래브를 지탱하는 구조다. 공법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벽식 구조보다 층간 소음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다만, 전단보강근(철근)을 빠뜨리면 치명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1995년 1500명의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다. 역시 구조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하중을 전달하는 지판을 허술히 다뤄 위험을 키웠고, 무리한 구조 변경까지 더해져 악몽의 참사를 불렀다. 지난 4월 사고가 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일부 구조물도 철근을 빼먹어 무너져 내렸다.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결과다.

이번 조사대상엔 주거동 105개 단지도 포함됐다. 무량판 구조 주거동에는 15만 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공사 중인 무량판 주거동은 10만 가구 규모다. 혼란과 불안을 부를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철저한 안전점검보다 나은 처방은 있을 수 없다. 당국은 입주민 혹은 입주 예정자의 협조와 동의를 구해 구조적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후환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당면과제는 안전점검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10월 중 마련하겠다고 했다. 빈말에 그칠 일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관련된 대형 공사의 경우 LH 출신의 전관 영입을 하지 못한 업체는 불이익을 받기 일쑤라는 풍설이 떠돈 지 이미 오래다.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LH를 중심으로 이권 카르텔이 가동되고 있다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날림 공사 증후군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이래서야 전국의 아파트 입주민들이 어찌 다리를 뻗고 쉴 수 있겠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등의 실증적인 조사 자료도 있다. 시공만이 아니라 부실 설계, 부실 감리 등의 영역에 대해서도 세밀히 들여다보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강력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설 역량은 해외 건설 성과에서 나타나듯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세계 최고층급 빌딩과 난도 높은 교량을 식은 죽 먹기로 짓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객관적 위상이 무색하게도 국내 건설 현장은 후진국형 부실 문화로 오염되기 일쑤다. 화근은 기술이나 실력이 아니라 안전 불감증인 것이다.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모든 단계가 제 기능을 한다면 불상사가 되풀이될 까닭이 없다.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어제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제도와 관행, 이권 카르텔도 더 이상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 또한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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