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산은 민영화' 산으로 가나

입력 2009-05-12 16:56 수정 2009-05-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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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포기하고 M&A에 혈안...금융시장 혼란만 가중

산업은행이 최근 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이라는 당초 민영화 취지가 실종된 것도 모자라 금융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2일 산업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합리적인 민영화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최근 은행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나서면서 금융권에 다시 소용돌이가 일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고유의 중소기업 정책금융이 실종될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시중銀 인수 '입질' 왜?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7일 민영화대회에서 "국내 금융산업 재편에도 도움이 되고 기존 금융기관과 시너지효과도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전략적 인수합병(M&A)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시중은행 인수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이 민영화 이후 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는 것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금융수출"이라며 "앞으로 10년 간 아시아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뒤 유럽과 미주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기업금융투자은행(CIB)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즉 민영화 이전에 다른 시중은행을 인수해 산업은행 분할 이후 설립되는 산은금융지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인수 전략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민영화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기업금융투자은행(CIB)으로의 도약을 언급한 것은 다분히 기업은행 인수를 겨냥한 것이어서 정부가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대한 마땅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국책은행 민영화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시중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당초 취지를 무색케 하는 고육책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중소기업금융에 특화된 기업은행 인수가 거론되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무책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민영화의 목적과 전제조건 자체가 다르다"며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대한 확실한 대안없이 (기업은행을)산업은행과 묶어서 민영화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계했다.

실제로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6일 "기업은행 민영화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크고 역할이 중요한 만큼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무리하게 기업은행에 인수에 나설 경우 당초 민영화 취지는 고사하고 오히려 중소기업 정책금융마저 실종시키는 우를 범하는 꼴이어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외환銀 인수 이중플레이(?)

그렇다면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여 온 산업은행이 시중은행도 모자라 기업은행에까지 '입질'을 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민영화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 금융위기로 난관에 부딪히면서 정부가 현실적으로 추진 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면서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모두 국책은행으로서 정부가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만큼 일단 방향이 결정되면 다른 방안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큰 만큼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게 사실이다. 이는 '공기업 민영화'를 기치로 내 건 현 정부의 사정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번째는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한 이른바 '물타기 작전'이다. 즉 관심은 외환은행에 있으나 제2의 후보군을 부각시킴으로써 인수대상의 가치를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이외에도 매각 의지가 전혀 없는 한국씨티은행마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다양한 M&A설이 나돌고 있다.

산업은행과 최적의 '궁합'은 국내외 네트워크나 고객기반, 비즈니스 모델 등 다방면에 걸쳐 외환은행이 제격이라는 게 금융권의 정설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외환은행 인수에만 집중할 경우 협상에서 유리할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론스타가 HSBC와 계약할 당시 가격은 63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기 여파를 고려해도 론스타가 최소 50억달러는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은행 민영화에만 혈안이 되어 고가에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칫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주기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산은과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곳은 역시 외환은행"이라면서 "하지만 산은이 지금 당장 외환은행 인수에 나설 경우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산업은행으로서는 다양한 인수 후보군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론스타와 물밑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다급한 론스타와의 가격협상에 유리함은 물론 '먹튀' 논란을 예방할 명분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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