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했던 카드사들이 올해 ‘최대 위기’라고 할 정도로 생존 위협의 기로에 놓여 있다. 치솟는 조달금리에 실적 경고등이 켜진 데다 애플페이 상륙을 기점으로 빅테크가 시장을 야금야금 차지하며 비중을 키우고 있어서다. 여기에 연체율 급등으로 건전성이 불안한 상황에서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다가오며 카드업계는 다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결제 수수료 수익만으로 마진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카드업계는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카드대출금리 적용 기준이 되는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는 25일 기준 연 4%를 넘어선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호금융권이 이달 첫 주 순매도한 채권은 3조2143억 원이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극심했던 5~6일 사이에 2조483억 원의 채권이 판매됐다.
여전채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카드사의 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카드사들은 자금조달의 70~80%를 여전채 발행을 통해 확보하는데 채권 금리가 오르며 카드사들의 이자비용도 급증한 것이다. 1분기 7개 카드사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8945억 원으로 전년 동기(4568억 원) 대비 9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5866억 원으로 전년 동기(8089억 원) 대비 27.5% 감소했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높은 금리 수준이 올해 들어 진정세로 접어들며 금융권 부실화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다시금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며 불안 요인이 되고 있어서다.
빅테크의 공습도 카드사에게는 위기다. 한국은행의 ‘2022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326억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0.8%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카카오, 네이버페이 등 빅테크 비중은 47.9%(3511억 5000만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0명 중 9명은 간편결제 서비스로 전자금융업자 플랫폼을 이용했다. 미래 금융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카드사들의 오픈페이 주도권 탈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9개 카드사 중 4곳만 참여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참여한다고 해도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고객 편의를 늘릴 방안도 없다는 점이다. 현 시스템에서는 타사 카드를 오픈페이로 등록해도 온라인 결제는 이용할 수 없다. 또한 각 카드사는 각 사 전용 앱 생태계 구축 및 육성에 나서고 있어 오픈페이 이용자들을 유인할 마케팅을 시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기기 결제가 일반화되고 있고, 소비자들의 빅테크 결제망 이용 증가는 트렌드가 됐다”며 “카드사나 여신업계에서 여러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결제 편의성이나 접근성에서 뚜렷한 장점을 갖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면초가에 놓인 카드사들은 정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드가맹점 수수료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일반관리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제도다. 지난 14년간 14차례 인하를 거듭해왔다. 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경영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채 무조건적인 인하만 거듭해 카드업계 불만은 최고조인 상태다.
해외 가맹점 수수료율은 평균 3%, 한국은 0.5%~1.5%로 사용자가 신용카드를 긁을수록 카드사는 적자를 보고 있다. 정부는 2년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카드산업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설치했으나 제도개선은 오리무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 악화에도 불구,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독려에 떠밀리듯 지원책 내놓았지만 정치권은 소상공인 보호 목적으로 또 다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며 “카드수수료 비용항목이 합리적으로 반영된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