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카드가맹점수수료 인하 논의가 다시 불거지자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카드 수수료의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바탕으로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절차다.
17일 카드노조협의회는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당국의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으로 카드사들이 연간 1000억 원의 수수료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3분기에 발표한다. 3년 주기로 논의했던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드노조협의회는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것은 카드사의 조달 비용 상승, 대손 비용 증가, 페이 수수료 부과 등 경영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민생을 고려한 카드수수료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어 우려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카드 수수료는 14년 간 총 14차례 인하를 거듭해왔다”며 “카드수수료 산정이 경제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카드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또 “카드 수수료는 0.5%~1.5%에 불과하고 자영업자의 실질적인 고통이나 부담은 배달료, 임대료 등에 있다”며 “영세 중소가맹점을 보호하겠다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정책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가맹점 수수료 영업이익은 약 1300억 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92%의 가맹점에서는 카드 결제를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카드사 수익 구조가 악화돼 혜자카드 단종, 무이자 할부 중단 등 소비자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편결제사의 수수료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노조협의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4년 삼성페이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만 해도 카드사들에게 수수료 무료를 강조하며 함께할 것을 독려했지만 최근에 애플페이 수수료로 인해 유료화 가능성이 커졌다”며 “8년 전 카드사들에게 설득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페이 수수료율이 0.15%로 알려졌지만, 그 수수료율이 맞는 지도 의문”이라며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책정받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