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반기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583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84만 명 대비 36% 늘었다. 매출액 역시 6078억 원으로 비슷하게 증가했다.
팬데믹으로 급감했던 영화관 관객 수는 최근 2년 새 회복되는 추세다.
2019년 상반기 1억 명을 넘어서 절정에 이르렀던 관객 수는 2020년 3200만 명대로 급락했고 2021년 2002만 명까지 움츠러들었지만, 지난해 4284만 명에 이어 올해 5834만 명을 동원하면서 밑바닥을 다지고 차츰 일어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도 한국 영화는 상반기 회복 물결에 올라타지 못했다. 상반기 흥행 10위권 작품을 집계한 결과 한국영화는 3편에 불과했다.
이 기간 강세를 보인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각각 547만 명, 466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의 5월 개봉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지난 연말 흥행 여파를 이어온 '아바타: 물의 길'도 각각 393만 명, 349만 명을 모으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 '영웅', '교섭' 등 3편만이 10위권에 들었다. 이중 손익분기점을 넘겨 의미 있는 흥행을 거둔 건 주연배우 겸 제작자인 마동석의 브랜드파워가 반영된 '범죄도시3' 한 편에 불과하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스크린에 옮긴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은 178만 관객을 모으며 8위, 2007년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다룬 임순례 감독의 ‘교섭’은 172만 관객을 동원하며 10위에 머물렀다.
시네마서비스 배급 이사를 지낸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한국 영화 배급사의 관망이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손해 우려에 이미 완성한 작품 개봉을 미뤘다는 것이다.
실제 상반기 개봉 100위권 영화 중 한국 영화는 30편 미만으로 극장에서 개봉한 작품 수 자체가 적었다.
이 틈을 타 '존 윅 4',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등 할리우드 액션 프랜차이즈 작품은 물론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엘리멘탈’ 등 외화 애니메이션까지 모객에 성공했다.
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의 반등 지점이 류승완 감독의 ‘밀수’가 개봉하는 이달 마지막 주간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화 감독의 SF우주물 ‘더 문’(설경구, 도경수 주연), 김성훈 감독의 외교 액션물 ‘비공식 작전’(하정우, 주지훈 주연), 엄태화 감독의 재난생존물 ‘콘크리트 유토피아’(이병헌, 박서준 주연)가 한주 간격을 두고 지속해서 개봉하는 만큼 여름 시장이 한국 영화의 점유율 상승 적기라는 평가다.
무난한 흥행이 예상되는 톰 크루즈 주연 할리우드 액션 대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K ONE’이 7월 둘째 주 가장 먼저 개봉하는 만큼, 외화와의 경쟁 공백이 생기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를 한국영화의 주무대로 삼아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작품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지금 배급사가 보유한 영화는 (팬데믹으로 개봉을 미룬) 묵은 작품들이라 더 늦기 전에 빨리 푸는 수밖에는 없다”면서 “코로나19 이전 10대는 20대가, 20대는 30대가 된 만큼 결국에는 변화한 관객과 새롭게 유입되는 타깃에 맞춘 영화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