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국내 하반기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IT 부문의 수요 회복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유진투자증권은 "한국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6% 감소해 지난달(-15.2%)보다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며 "수출액이 완만하게 반등하고 있는 점과 지난해 6월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지난해 5월 수출 증가율은 21.4%였지만, 5월에는 5.3%로 급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긍정적인 점은 무역수지가 11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2월 이후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평가했다.
품목별로는 비 기술 제품 수출이 자동차(+58.3%)를 중심으로 양호하게 유지된 가운데 Tech 제품의 수출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연초 -40%대의 감소세를 기록하던 반도체 수출은 6월 -28.0%로 감소 폭을 축소했다. 대중 수출도 올해 3월 -33.0%에서 6월 -19.0%로 낙폭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국내 수출 경기가 바닥을 통과한 것은 확실하나, 수요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판단이다. 국내 수출 증가율에 선행하는 수출 경기 확산지수도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고, 하반기 원화의 절하 압력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한국 수출은 6월을 기점으로 하반기에도 완만한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최근 무역적자의 개선은 수출 증가보다는 에너지 수입 감소에 영향이 지배적인데, 최근 에너지 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에너지 수입이 더 가파르게 감소하기는 어렵다. 결국, 수요가 얼마나 반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난주 마이크론 실적발표에서 재고 부담이 낮아지면서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이 나왔지만, AI 산업에 대한 수요 반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반도체 가격도 아직은 내림세를 유지 중이다. 유럽과 중국의 경기 반등이 기대만큼 강하지 않은 가운데 연말에는 미국의 침체 리스크도 높아질 위험이 남아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경기도 제조업 부문이 개선되는 반면 서비스업은 점차 힘이 빠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은 합리적이지만 하반기 IT 부문이 얼마나 치고 올라갈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