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부가 달라져야 기술유출 피해 줄일 수 있다

입력 2023-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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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 원천기술을 빼돌리는 악질 사범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사법부가 그간 얼마나 안이하고 느슨하게 대처했는지, 그래서 일선 기업들을 얼마나 절망하게 했는지 곱씹게 하는 의견 개진이다.

전경련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의 해외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 반해 처벌은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이 최근 내놓은 통계 자료만 일별해도 일선 기업들의 울분을 체감할 수 있다. 대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년간 기술 유출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65명이다. 그러나 이 중 292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검이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 범주의 사건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가 이렇다고 한다.

전경련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공판 사건 33건을 검토한 결과도 유사하다. 무죄(20건) 또는 집행유예(9건)가 대부분이다. 재산형과 유기징역은 각각 2건에 그쳤다.

법원은 대개 처벌 대상이 ‘초범’이거나 진지한 반성을 한다는 이유를 들어 솜방망이 처벌을 일삼는다. 하지만 범죄 성격상 거의 다 초범일 수밖에 없다. 또 법원에서 반성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범죄자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전경련만이 아니다. 대검, 특허청,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지난 4월 역시 대법 양형위에 처벌 수위를 높여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심지어 양형위 전문위원들도 양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달에 냈다고 한다. 속히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국가 정보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산업 기술의 해외유출 적발건수는 올 1분기에만 총 10건에 달했다. 국익과 직결되는 국가핵심기술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에서 각각 1건씩 총 3건이 포함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가핵심기술 4건과 산업기술 20건 등 총 24건이 적발됐는데, 올해는 1분기에만 그 절반에 가깝게 적발된 것이다. 이런 추세에 사법부가 책임질 일은 없는지 더 늦기 전에 돌아볼 일이다.

세계 각국은 다 기술보호에 엄중히 임한다. 대만의 경우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군사·정치 영역 외에도 경제·산업 분야 기술유출을 간첩행위에 포함시켰다. 미국도 기술유출 사안을 최대 33년 9개월 징역형으로 다스린다. 처벌 법규도 미흡한 데다 솜방망이 판결까지 등장하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기술패권 경쟁은 국가대항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력과 국부가 갈리는 지점이니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다. 그리고 국가 총력전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기술유출 범죄를 막지 못하면 실로 허망한 총력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법제 정비도 급하지만 최우선적으로 사법부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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