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특허 표절과 무효심판의 차이

입력 2023-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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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명령을 글로 쓴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마치 사람이 작성한 것처럼 자연어를 생성한다. 표절한 글이 남의 저작물을 허락이나 출처표시 없이 적었다면 인공지능의 글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참조하여 생성한 터라 적발하기는 더 어렵다. 인공지능이 쓴 글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또 그 인공지능이 찾지 못하도록 글을 쓰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표절 가려내기는 중요하다. 창작과 연구에서 표절은 윤리의 문제이지만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을 표절하면 저작권 침해라는 법적 규제 영역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창작한 저작권자는 자신의 원저작물을 변형하거나 각색하는 등의 2차적 저작물을 만들 권리도 가진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저작권자 허락 없이 2차적 저작물을 창작해도 저작권 침해가 된다. 중요한 점은 원저작물이든 2차적 저작물이든 문학작품이나 영상물은 그 자체가 창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소설 ‘광장’은 그 소설 자체가 저작물이지 그 내용이나 최인훈의 정보를 등록한 서류가 따로 있지는 않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인 발명을 기재한 특허명세서와 구별된다.

발명에서 창작의 대상은 기술이 구현된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여러 대상이 공통으로 가지는 특징을 추상적으로 추출해낸 기술적 사상이다. 그래서 특허권자는 타인의 생산품이 자신의 발명품과 똑같지 않아도 특허로 기재된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면 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둥근 연필이든 지우개 달린 연필이든 그 본질이 연필인 한 나무막대 가운데 흑연심을 넣은 연필 특허를 침해하게 된다. 연필을 만들지 않으면 둥근 연필 특허권자에게 침해를 주장할 수는 없는데, 침해는 특허를 실시할 때 문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작의 고도성이 없다는 이유로 둥근 연필 특허권자에게 표절을 주장할 수는 있을까? 특허법은 창작의 고도성이 인정되지 않는 발명의 등록을 거절할 뿐, 처벌하지는 않는다. 특허법을 공부하지 않은 상대방 대리인이 우리 특허가 표절이라면서 취하하라는 경고장을 보내올 때가 있다. 특허를 발명의 투영이 아니라 창작물 자체로 잘못 본 것이다. 그런 특허는 표절이 아니라 무효심판의 대상이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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