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의 도입을 앞두고 벤처기업계와 전문가들이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누적투자금 등 요건의 허들이 높으면 기업들이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벤처기업협회는 1일 서울 구로 벤처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복수의결권 관련 벤처업계·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의 특례로 하나의 주식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자금조달을 위한 투자를 받으면서도 창업주의 의결권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지난달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공포를 거쳐 11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날 간담회는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활용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의 의견을 논의하고 관련 내용을 정책 반영에 건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낙현 법무법인 이후 변호사는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굉장히 서로 노력을 기울이면서 법이 만들어진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면서도 “걱정하는 것은 약간 판단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 있을 수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기본적인 틀은 거의 완성됐는데 누적 투자금액, 최종 투자금액 등 투자 조건이 시행령으로 유임됐다”며 “허들이 높아질수록 문은 좁아지기 때문에 이 금액을 얼마로 하는지 자체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회사의 범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금액이 중요할 것 같은데 업계 입장에서는 제도가 처음이고, 창업주 요건도 있으니 가능하면 누적투자금, 최종투자금 등을 완화해 많은 기업이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다만 권재열 경희대학교 교수는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말 괜찮은 기업에 좋은 기회를 주자는 모토를 갖고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시행령에 들어갈 투자 금액의 규모에 관해서는 생각보다는 낮아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며 “낮아질 경우에는 또 다른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벤처기업들은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정택수 넷스피 대표는 “최근 법이 통과되고 나서 정관에 반영하자는 얘기를 저희 투자사부터 했다”며 “검토한 지 3주가 되어 가는데 현장에서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복수의결권 제도의 실효성이 무엇일까 고민된다”고 밝혔다.
황동훈 웰트 선임도 “복수의결권 제도의 취지 자체는 고무적”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 현재까지 이미 투자를 받았던, 어느 정도의 투자를 진행했던 회사들 같은 경우는 창업주 기준이 많이 벗어나는 등 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남는다”고 말했다.
권선주 팀나인테일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발행 요건들이 어떻게 정해질지, 두 번째 투지를 유치할 때 도입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닐지 실무적으로 걱정이 된다”며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구체적으로 나와서 창업자들에게 빨리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반대 여론이 워낙 많아서 도입해야 한다는 담론 중심으로 오갔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며 “시행령 작업을 통해 11월 개정안이 발효될 시간 동안 기업의 세부적 요구사항과 전체적인 논리에서 놓친 부분을 가다듬어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