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 톡] 조선의 배우자 출산휴가

입력 2023-05-3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세종실록 64권, 세종 16년(1434년) 4월 26일 계유 3번째 기사에는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가 나온다. 세종은 “… 그 남편에게는 전연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전대로 구실을 하게 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가 서로 구원하는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역인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고 형조에 명을 내렸다.

현대의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는 1980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도입됐고 우리는 2008년부터 운영 중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배우자의 출산을 이유로 휴가를 청구하면 10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1회에 한정하여 분할 사용할 수 있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562명(통계청)이다. 같은 시기 몇 명의 아빠가 출산휴가를 사용했을까? 아쉽게도 현재 배우자 출산휴가 전체 사용 현황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 다만 ‘고용보험법’에 따른 우선지원대상기업 소속 근로자에 대한 급여 지원 현황으로부터 2021년 1만8270명의 중소기업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전체 근로자의 81%라는 것에 비춰보면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은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노동부는 매년 전국 17개 시·도 5000여 개의 5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사업체 규모에 따른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조사에서 “필요한 사람은 모두 자유롭게 활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5~9인 50.7%, 10~29인 60.3%, 30~99인 73.7%, 100~299인 82.5%, 300인 이상 87.3%로 사업체 규모에 비례해 높다. 반대로 “전혀 활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5~9인이 22.5%로 가장 높고 300인 이상 사업에는 2.7%로 가장 낮다. 돌봄권리의 보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정부 인건비 지원 확대, 휴가 기간 확대, 통보 방식으로 변경, 사실혼 관계 인정 등을 포함한 개정 법안들이 발의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보편적인 권리로서 ‘아빠권’을 평등하게 누리는 날이 어서 오길 기대한다.

이소라 노무법인 정상 공인노무사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코스피 역행하는 코스닥…공모 성적 부진까지 ‘속수무책’
  • "100% 급발진" vs "가능성 0"…다시 떠오른 고령자 면허 자격 논란 [이슈크래커]
  • 단독 북유럽 3대 커피 ‘푸글렌’, 한국 상륙…마포 상수동에 1호점
  • '나는 솔로' 이상의 도파민…영화 넘어 연프까지 진출한 '무당들'? [이슈크래커]
  • 임영웅, 가수 아닌 배우로 '열연'…'인 악토버' 6일 쿠팡플레이·티빙서 공개
  • 허웅 전 여친, 박수홍 담당 변호사 선임…"참을 수 없는 분노"
  • 대출조이기 본격화…2단계 DSR 늦춰지자 금리 인상 꺼내든 은행[빚 폭탄 경고음]
  • 편의점 만족도 1위는 'GS25'…꼴찌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7.0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5,039,000
    • -3.13%
    • 이더리움
    • 4,671,000
    • -3.35%
    • 비트코인 캐시
    • 526,500
    • -2.77%
    • 리플
    • 684
    • +0%
    • 솔라나
    • 204,200
    • -1.73%
    • 에이다
    • 578
    • +0%
    • 이오스
    • 813
    • -0.12%
    • 트론
    • 183
    • +1.67%
    • 스텔라루멘
    • 130
    • -1.52%
    • 비트코인에스브이
    • 61,050
    • -2.16%
    • 체인링크
    • 20,220
    • -1.84%
    • 샌드박스
    • 455
    • -1.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