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복하고 있는 정국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저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우선 노란봉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었기 때문에 본회의 직회부는 국회법 위반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지난 2월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뒤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이 두 달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자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직회부를 강행한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법 등 총 11건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에 이를 부의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다만,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법사위에 상정된 이후 이미 두 차례 심사를 했고, 여전히 법사위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유 없이'라는 직회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노란봉투법의 직회부를 놓고 충돌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2월 21일 이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세 차례 상정된 바 있다"며 "지난 4월 26일 민주당 소속 환노위원장이 노란봉투법 심사촉구공문을 법사위에 보내왔고, 이에 대해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상정논의결과를 상정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회신 공문까지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법사위에서 절차에 따라 안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법사위 야당 간사인 권칠승 의원은 "노란봉투법은 이미 여러 차례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며 "입법공청회는 물론이고 토론회, 또 네차례에 걸친 법안심사소위, 안건심사소위 등 다른 통과되는 법률과 비교해서 굉장히 많은 논의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치열한 토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가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한) 결정을 미룬다, 다시 말해서 결정을 하지 않겠다, 거부한다는 뜻에 다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야당의 계속된 본회의 직회부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을 지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만약 이처럼 부작용과 폐해가 뻔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또다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참으로 저급한 정치 행태"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야당의) 일방적인 입법 강행을 가리켜 '입법 폭주'라는 용어까지 쓴다"며 "그게 문제의 시작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지난달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거친 방송법은 이미 권한쟁의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방송법 직회부'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공개변론기일을 6월 15일 오후 2시로 정했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이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국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