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은행권 최대 화두는 ‘상생금융’이었다.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선물보따리’를 쏟아냈다. 수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도 크다. 은행들의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사회 환원책에 대한 지속가능성과 효과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반기 은행권 대출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소상공인 자립자금 마련을 위한 상생금융 상품 ‘우리 사장님 활짝 핀 적금’을 출시했다. 대출 상환 등의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만기자금이다. 같은 달에는 전통시장 소상공인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금융사기 예방에도 나섰다.
신한은행은 3월 ‘신한 소호(SOHO) 사관학교’를 개강해 자영업자 및 예비 창업자들에게 마케팅전략, 사업운영 노하우 등의 경영 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향후 신한은행은 ‘새출발기금’ 지원을 받는 자영업자 대상 경영애로 해소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북은행과 SGI서울보증, 네이버파이낸셜은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상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BNK경남은행은 업무협약을 체결한 울산광역시, 김해시 지역 개인사업자에게 저금리 특별대출을 지원하는 중이다.
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대환대출 상품도 출시ㆍ확대 중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은행권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하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 초 시중은행 본점과 점포를 차례로 방문해 상생금융을 주문했고 은행들은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며 일제히 화답했다.
문제는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연체율 상승 등 금융권 연쇄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급한 불끄기에 급급해 ‘상생 공약’을 지키기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시작 후 이달 4일까지 대출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 잔액은 총 36조6206억 원에 이른다. 건수로는 25만9594건(만기연장·원금상환 유예·이자 유예 중복)에 달한다. 코로나19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가 재연장 결정 없이 9월에 종료되면 약 37조 원 규모의 대출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시중은행에 비해 중·저신용 차주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의 경우, 부실 우려가 커지면 심사 기준을 자체적으로 높이는 등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상 금융·비금융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운용 방안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산은 정해뒀지만,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 지는 아직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 지원 효과가 높아지려면 정부의 상생금융 강조에 등 떠밀려 하는 ‘반짝 지원’에 그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 지원의 효과를 높이려면, 소상공인이 스스로 재기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끔 지원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예컨대 10개월 동안 연체 없이 대출을 갚았다면 이자율을 0.5% 줄여주는 등 성실 상환 시기에 따라 이자를 감면해주는 식의 금융상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권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비금융 컨설팅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특정 지역에 밀착해 있는 지방은행이 지역 소상공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컨설팅을 돕는 방식으로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더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