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의 LG 경계령은 국내용(?)

입력 2009-04-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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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에서는 LG전자가 보이지 않아요. 국내에서의 경쟁상대라는 것이죠”

디지털프린팅 사업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삼성전자 직원의 말이다.

삼성전자는 4월초 한국총괄 임직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소위 ‘LG전자 극복’이라는 과제를 전달했다.

시장의 60%를 장악해 LG전자를 확실하게 밀어내고 국내시장에서 LG전자와의 양강 구도를 깨라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S=2L(삼성전자의 판매량=LG전자의 2배)이라는 공식까지 제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한국 전자산업의 출발과 함께 60여 년 동안 진행돼 왔지만, 양강 구도를 타파하라는 구체적인 과제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임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주문을 낸 것은 최근 LG전자 안팎에서 나오는 “1등 LG”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LCD TV시장에서의 LG의 자신감은 대표적이다. LG전자 강신익 사장은 최근 “우리의 목표는 1등”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069만대의 LCD TV를 팔아 글로벌 3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올해 LCD TV 18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LCD패널에서도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바짝 따라붙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 1월 출하량 기준 점유율에서 LG디스플레이가 28.1%를 기록해 삼성전자(23.9%)를 4% 이상 앞질렀다고 밝혔다. 물론 삼성전자는 다음 달인 2월 28%의 점유율로 1위로 복귀했지만 LG디스플레이의 거센 추격에 바짝 긴장해야 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은 “소니가 혹시 삼성전자에서 떨어지면 그때는 (점유율 1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삼성전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LG전자와의 경쟁에서 고삐를 죄는 부분은 국내 시장에 국한된다는 것이 삼성전자 안팎의 인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TV나 휴대폰 등 해외시장에서 삼성과 LG의 격차가 상당하다. 유독 국내에서 양강구도의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는 형편”이라는 말 속에서는 억울함마저 배어있다.

1958년 금성사를 만들어 국내 전자산업의 신호탄을 쏜 것이 LG전자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라고 할만하다.

금성사(현 LG전자)가 1959년 11월 출시한 국산 라디오 ‘A-501’은 한국 전자산업의 태동으로 불렸을 정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지금까지 한국 전자산업의 발전을 이끌었고, 세계적인 전자업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최근의 설전이 상호견제를 통한 두 회사의 발전에 자극제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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