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프레임 부정…“갈라치기 의도 보여”
“협력 가능성 열려…의견 같다면 연대”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와 양대 노총(한국노총ㆍ민주노총)은 각각 "일부 언론이 다루는 것처럼 서로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조합원의 권익을 높인다는 목적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은 "새로고침과 양대 노총이 양극단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를 위한 단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도 "언론이 양대 노총과 새로고침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세대를 '갈라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최근 '69시간제' 대응에서도 보듯, 활동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대립적 관계로 그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로고침과 양대 노총은 '주 최대 69시간제'로 대표되는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이 발표되자 공통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양대 노총은 성명을 내고 즉각 반발에 나섰으며, 새로고침의 유 의장 역시 "(주 69시간제는) 사실상 연장근로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은 구성원의 직종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양대 노총이 대기업 생산직 위주인 반면, 새로고침은 현재 노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대기업 사무직이나 연구직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새로고침은 지난 2021년 유 의장이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통해 LG전자 사무직 노동조합을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 의장은 공개되지 않는 성과급 기준에 대해 의문을 품었고, 이같은 내용을 블라인드에 올렸다.
그러나 기존 노조가 생산직으로 구성돼있어 사무직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임을 실감했다. 같은 해 SK하이닉스 임직원들도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노조를 거치지 않고 직접 CEO에 항의성 메일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새로고침은 "단체의 지향점이 소수 직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고 부정했다. 유 의장은 "그동안 조직되지 않았거나 대변되지 못했던 직종, 분야의 노동자가 노조에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기존 노조에서 대기업, 공공기관 사무직의 목소리가 과소대표 됐기 때문에 새로고침이 출현한 것"이라면서 새로고침과 양대 노총의 관계를 보완적 성격으로 규정했다.
새로고침은 양대 노총과 비교해 "친정부ㆍ친기업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유 의장은 "당장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반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어느 쪽에 우호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정치 논리보다 각계각층 노동자의 이야기를 더 듣고 목소리를 표출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새로고침과 양대 노총 모두 "공통적인 의견을 가진 사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새로고침 소속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이미 민주노총에 속한 생산직 노조의 도움을 받은 사례가 있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교섭권 확보를 위해 생산직 노조와의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직 노조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전남지방노동위, 중노위로부터 사무직 노조만의 단독 교섭권을 인정받았다.
새로고침 유 의장은 "공통적으로 연대가 필요하면서, 입장이 같은 사안이 있다면 협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이 대변인은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관련된 부분에 연대할 수 있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저희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역시 "노동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 함께 목소리 내고, 활동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고침의 목표는 노조를 다가가기 쉬운 개념으로 만들어 다양한 노동자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 의장은 "국민이 노동조합이고 노동조합이 국민인 사회를 지향한다"며 "새로고침은 최대한 다양한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도 "기존 노조에서 충족시켜주지 못한 부분을 새로고침이 보완해주고, 이를 통해 노조에 가입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 역시 “새로 조직된 만큼 목적에 맞게 부흥해서 전체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도 함께 연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