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했다. 무작정 환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유통업체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각자 셈법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후발 주자의 거센 추격에 시달리는 롯데쇼핑은 애플페이를 적극 도입해 소비자 편의성 확대에 나선 반면, 유료 회원 수만 1100만 명에 달하며 유통 공룡의 한 자리를 꿰찬 쿠팡은 도입에 소극적이다. 결제시스템인 SSG페이를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 계열사 대부분에 애플페이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10~20대가 주요 소비층인 편의점 사업에는 애플페이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페이는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로 현재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사용자가 실물카드 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20% 가량으로, 특히 주력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아이폰 사용 비중이 높아 오프라인 유통업체로서는 애플페이를 놓칠 수 없다.
이 때문에 10대가 주요 소비층인 GS25와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7개의 편의점은 일찌감치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했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몰 등 롯데계열사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코스트코, GS더프레시, 하나로마트, AK플라자, 아이파크몰, 이케아, 다이소 등도 참여한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적극적이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인 투썸플레이스와 빽다방, 폴바셋, 이디야, 할리스, 더벤티, 커피빈, 블루보틀 등 애플페이 서비스가 가능한 커피전문점은 22일 기준 19개에 달하며,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SPC 계열사와 크리스피크림과 트리핀 등 제과·디저트 7개에서도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외식업체 중에서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쉐이크쉑, 김가네김밥, 더테이스터블 등 13곳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다.
이외에도 롯데호텔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그랜드하얏트, 콘래드서울,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 조선호텔앤리조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오크밸리, 더플라자, 안다르 서울 강남 등 호텔업체들도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프랜차이즈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하나라도 결제 수단이 더 늘어난 것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유통사들은 애플페이 도입에 미지근하다. 네이버쇼핑과 쿠팡, 11번가, 티몬, 위메프. SSG닷컴, G마켓, 옥션 등에서는 현재 애플페이를 쓸 수 없다.
이커머스가 애플페이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에 이미 PG(전자결제대행)이나 앱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대부분이 네이버페이(네이버쇼핑)와 쿠페이(쿠팡), SK페이(11번가), SSG페이(SSG닷컴) 등은 자체 페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자체 페이를 키워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마당에 애플페이까지 도입해야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오프라인에서 니즈가 높을 뿐이다. 온라인에서는 삼성페이도 사용 빈도가 낮다”면서 “이미 실물 신용카드 없이 결제 시스템을 잘 갖춰 (애플페이) 도입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체 페이로 충성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굳이 애플페이까지 도입해 초칠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롯데온은 애플페이를 도입해 대조를 이룬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인 롯데온은 시장 점유율 5%로 이름값에 비해 영향력이 높지 않다. 따라서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해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란 얘기다. 실제 롯데온은 롯데멤버스의 엘페이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모두 사용 가능하다. 롯데온 관계자는 “고객들의 간편 결제성이 중요해 도입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일부 계열사에서만 선별적으로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노브랜드를 비롯해 SSG닷컴과 G마켓, 옥션 등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계열사와 달리 편의점 사업인 이마트24에서만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신세계가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인 ‘쓱(SSG)페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등은 업계 리딩기업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할인점 사업에서만 매출 15조 원을 넘기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벅스 역시 커피전문점 중에서 매출 2조5000억 원을 넘겼고, 자체 앱 회원 수만 1000만 명에 달한다. G마켓과 옥션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스마일페이’를 운영 중이다.
반면 이마트24는 사정이 다르다. 편의점의 주력 소비층은 아이폰 비중이 높은 10~20대로 애플페이 도입은 필수적이다. 이마트24 점포 수는 6000여개로 1만7000개에 육박하는 GS25와 CU의 3분의 1에 불과해 고객 확보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필요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가맹사업이다 보니 (점주의) 도입 요구도 많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