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빅스텝 예고한 파월…韓銀 물가 책무 무겁다

입력 2023-03-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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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상원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폭을 베이비스텝(0.25%p 인상)으로 줄인 연준이 빅스텝(0.50%p 인상)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할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1~22일 열린다.

파월 의장은 “최종 금리는 지난해 12월보다 높을 수 있다”고도 했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시장은 올해 최종 금리 상단을 5.25% 안팎으로 내다봤으나 이 전망치도 5.5~5.75%로 올라가게 됐다. 일각에선 6%까지 내다보는 상황이다. 금리인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시장 일각의 희망 섞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10일 나올 2월 고용보고서, 14일 공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능을 버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충격파에 휩쓸렸다. 미국시장에서는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채 2년물 금리가 연 5%대로 올라서 2007년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105.6까지 치솟아 4개월 만에 가장 높아졌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서울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22원 치솟아 이달 들어 처음으로 1320원을 돌파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4개월 만에 3.8%대에 안착했다.

연준의 빅스텝 선회와 킹달러 현상은 원화 가치에 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당장 자본유출 우려부터 커진다. 현재 연준 금리는 4.50~4.75%다. 이것으로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은 1.25%p에 달해 역대 최대치(1.50%p)에 바싹 다가서있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넉 달 만에 상승반전해 1.9%(23.49원)나 치솟았는데 같은 기간 원화보다 더 오른 주요국가 통화는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화(2.8%)밖에 없다.

연준의 기준금리 고공행진은 환율상승을 부르고, 수입물가에도 직격탄을 날리게 된다. 우리 소비자물가, 가계부채, 금융안정 관리에도 어려움을 안기기 쉽다. 이 비상한 국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화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 바람이 거세졌다.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은 곤란하다. 한은은 인플레 파이터라는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화폐 가치가 보존돼야 국가도, 민생도 살길을 찾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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