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8.2원 오른 1323.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2원 오른 1315.0원에 출발해 오후 들어 상승 폭을 키웠다.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9일(1326.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12월 7일(1321.7원) 이후 처음으로 1320원을 넘겼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2월 초까지 내림세를 그리다 지난 2일 1220.3원(종가기준)으로 연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미국의 1월 경제지표가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 높게, 더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다. 이에 환율은 연저점을 찍은 지 25일 만에 100원 이상 급등했다.
실제 미국 경제지표들은 물가상승률이 꺾이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1월 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5.4%로, 지난해 12월 5.3%에서 0.1%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6월 이후 계속 둔화세였던 PCE 상승률이 7개월 만에 다시 오름폭을 키운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4.7%, 전월 대비 0.6%로 상승률을 보였다. 0.6% 상승률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앞서 15일 발표된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 전년 동월대비로는 6.4% 증가했다. 시장예상치(1.9%)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이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 6.4% 상승했다. 물가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는 강력한 근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월 PCE 물가가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뛰어넘으면서 연준 추가 금리 인상과 제약적 통화정책 장기화 우려를 점화시켰다"며 "아시아장에서 원화를 필두로 한 위험 통화, 신흥국 통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연준이 정책 결정 함에 있어 물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PCE가 급등세를 보인 만큼 물가가 쉽게 잡힐 것이라 기대는 퇴색했다"며 "3월 FOMC 이후의 금리 추이가 좀 더 불명확해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