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어떻게 됐을까? 기계가 당연히 이길 것이란 현대의 상식과 달리 존 헨리의 승리로 돌아갔다. 산업화 초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존 헨리는 기계를 이긴 최초의 인간이 됐다. 단, 부연하자면 존 헨리는 시합이 끝난 직후 고장 난 기계처럼 심장이 멈춰 사망했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든 AI는 이미 상수
그런데 2016년 또 한번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벌어진다. 기술이 발전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한 만큼 단순히 인간과 기계의 물리적인 힘의 대결은 아니었다. 인간 vs 인공지능(AI)의 대결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의 바둑시합이었다. 5번의 대국에서 이세돌은 한 번의 승리를 가져오는 기염을 토했으나, 결국 알파고에 최종 패배를 하게 된다. 이 대결로 AI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인간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2023년 등장한 챗GPT는 또 한번 인간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다. 사실 챗GPT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챗GPT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생활에서 AI를 쓰고 피드백을 받고 체감하게 만든 것이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능력도 탁월했다. 대학 수준의 에세이를 작성하고, 의학적 진단을 추측하고, 텍스트 기반의 게임도 만들 수 있다. 상상 이상이었다. AI가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새삼 자각하게 됐다.
사람들의 반응은 나뉘고 있다. 누군가는 환호하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누군가는 두려워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애써 챗GPT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며 무시하는 중이다.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든 분명한 것은 AI는 이미 상수가 됐다는 점이다. 우리가 두려워하고 무시해도 일은 이미 벌어졌으며, 우리 손에는 ‘AI’라는 도구가 쥐어졌다. 문제는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다.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피터 코이는 챗GPT 활용 방안을 이야기하며 이런 이야기를 예를 들었다. 한 나무꾼이 전기톱을 샀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기톱을 샀지만, 하루에 나무 두 그루를 잘라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는 전기톱을 산 가게로 가 불평했다. 판매원은 직접 확인을 해보겠다며 나무꾼과 함께 나무를 하러 갔다. 판매원이 나무를 베기 위해 전기톱을 켜자 나무꾼은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소리쳤다. 그동안 나무꾼은 전원을 켜지 않은 채 톱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기톱이라는 것이 어리석은 나무꾼에게는 도끼보다 못한 도구일 수 있고, 흉악범에게는 사악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신뢰성·저작권 침해 논란 해결 등 숙제
혹자는 챗GPT의 등장으로 기자와 같은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미 AI는 출현했고, 그것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던져진 챗GPT가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기사를 쓸 때만 하더라도 챗GPT를 활용할 수 있다. 경제 기사를 쓰면서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도 사실이다. 하나의 자료를 분석하는데 수일에서 수 주가 걸리던 것을 단 수십 분 만에 해낸다고 생각해 보라. 자료를 빠르게 인지하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면 이슈에 대한 대응 속도도 훨씬 빨라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챗GPT에 대한 신뢰성이나 저작권 침해 논란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인간이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가에 따라 AI의 미래는 달라진다. 이제 우리에게 선택지는 쥐어졌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우리의 몫이다.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