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中리오프닝 기대감 등 호재 영향으로 풀이
업황 부진은 여전…감원‧투자 축소‧구조조정 이어져
반도체 ETF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데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에 반도체 업황의 회복세가 더딘 만큼 ‘고점론’에 대한 의견은 갈리는 분위기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는 올해 들어 55.86% 올랐다. 국내 상장된 ETF 중 수익률 1위다.
해당 ETF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30개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이 ETF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22.75% 급락했었다.
이 밖에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29.34%). KODEX 미국반도체MV(26.32%),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24.41%), SOL 한국형글로벌 반도체액티브(23.39%) 등도 일제히 수익률 상위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반도체 ETF가 반등한 것은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호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더불어 중국 리오프닝 등의 기대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챗봇 ‘챗GPT’도 반도체 ETF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GPT에 대한 셀럽들의 찬사와 언론의 보도, 그리고 센세이셔널한 초기 가입자 증가 속도가 주식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며 “AI 개발 경쟁이 다시 불을 뿜는다면, 이는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부진하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감산에 이어 투자 축소, 구조조정 등을 감행하는 분위기여서다.
이날도 삼성전자(1.94%)와 SK하이닉스(4.52%) 등이 상승 마감해 반도체 ‘훈풍’을 이끌고 있지만, 업황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5% 줄었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판매가 5565억 달러(약 692조 원)로, 지난해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도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는 올해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 3위에 올랐다. 이 ETF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역으로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의 반등 가능성에 대해 시사하는 분위기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극적인 매도 전환의 여지는 크지 않으나, 시장의 기대가 앞섰다는 점은 수급 유입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포한다”면서도 “반도체는 과거 대비 수급 공백이 큰 상황으로 업황 개선에 대한 신호를 확인할 시 수급 추가 유입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출액이 급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시장의 분위기가 악재에 둔해졌다”며 “업황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분기 실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작동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