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불황 신호등에 다시 시동거는 경제형 자동차

입력 2023-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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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QM6 2인승 퀘스트 3월 출시
쌍용차 무쏘 밴 단산 이후 18년 만
연간 세금 50만 원→2만 원대로↓
1차로 주행 못 하고 보험료 불리해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정부 정책과 국제정세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제유가의 변동 추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

1980년대, ‘전시동원 차량’으로 분류된 네바퀴굴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화물차는 값싼 세금이 매력이었다. 자동차 세금이 푼돈에 불과했다. 그 대신 전시상황에 ‘동원령’이 내리면 내가 타던 차를 군(軍)에 내줘야 했다. 그런데도 값싼 세제 혜택 덕에 SUV 시장이 점진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에는 7인승 미니밴 붐이 일었다. 당시는 7인승부터 승합차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소비 시장이 이쪽에 몰리자 국내 제조사들이 앞다퉈 7인승 미니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같은 배기량의 중형세단이 50만 원 넘는 자동차세를 냈지만 ‘다인승 승용차’로 분류된 7인승 미니밴은 연간 5만 대의 세금이면 충분했다.

요즘이야 규제가 풀렸으나 당시만 해도 7인승 이상의 승합차만 액화석유가스(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값싼 연료비와 자동차 세금 덕에 ‘7인승 LPG 미니밴’ 시장은 큰 호황을 누렸다.

▲르노코리아가 중형 SUV QM6를 기반으로 한 2인승 화물 밴(VAN)을 출시한다.  (사진제공=르노삼성)
▲르노코리아가 중형 SUV QM6를 기반으로 한 2인승 화물 밴(VAN)을 출시한다. (사진제공=르노삼성)

◇경기 위축 때마다 경제형 차 수요 증가

단순하게 연료비만 따진다면 국내 사정상 작은 배기량을 바탕으로 한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정답이다. 다만 관련 기술이 없다면 틈새시장을 노려 세제 혜택과 LPG 사용 등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값싼 유지비의 경제형 차는 경기 위축기마다 인기를 누렸다. 이제는 단종된 한국지엠의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 판매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리먼 쇼크 때 절정에 달했다.

코로나19에서 시작한 불황 탓에 국내 자동차 시장이 다시금 유지비가 저렴한 경제형 자동차를 불러냈다.

특히 화물차는 사업용과 비사업용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나 값싼 세금이 매력이다. 실내공간이 넉넉한 롱보디 SUV를 기반으로 한 SUV 화물 밴(VAN)도 넉넉한 짐 공간과 효율성을 앞세워 한때 큰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 현대차 갤로퍼와 기아 스포티지, 쌍용 무쏘 등이 화물 밴을 내놓고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SUV를 밑그림으로 개발한 2인승 밴은 2005년 공식적으로 단산된 쌍용 뉴 무쏘 밴이 마지막이다. 무쏘 밴은 개방형 적재함을 갖추고 승차정원을 5명까지 확대한 무쏘 스포츠에 자리를 내줬다.

▲국내 규정상 화물 공간의 넓이가 승객석보다 넓어야 화물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국내 규정상 화물 공간의 넓이가 승객석보다 넓어야 화물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새 모델은 화물차의 저렴한 연간 세금과 LPG의 값싼 유지비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새 모델은 화물차의 저렴한 연간 세금과 LPG의 값싼 유지비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자동차)

◇18년 만에 부활하는 2인승 SUV 화물 밴

이 무렵 도심형 SUV가 시장을 장악했다. 엔진 기술이 발달하면서 효율성 높은 2000cc급 디젤 엔진도 속속 등장했다.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자동차 세금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그렇게 한동안 공백기를 지녔던, SUV 화물 밴이 다시 등장했다. 무쏘 밴 단산 이후 18년 만에 르노코리아가 2인승 SUV 화물 밴에 도전장을 던진다.

주력 SUV인 QM6를 기반으로 하되 승차정원은 2인이다. 1열 이후 2~3열 공간을 적재함으로 만들어 화물 밴의 역할을 해낸다.

비개방형 화물차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화물 공간의 바닥면적이 승객석보다 넓어야 한다. 그 탓에 현재 시판 중인 SUV를 바탕으로 5인승 화물 밴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르노코리아는 환경부에 중형 화물차로 등록하고 소음과 배출가스 인증까지 마쳤다. 화물차인 만큼 연간 세금은 2만 원대, 여기에 LPG를 연료로 쓴다는 점에서 값싼 유지비를 갈구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화물차의 굴레를 벗어나 ‘차박’을 포함한 레저 수요층까지 겨냥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차 이름에 ‘탐구하다’는 의미를 담아 QM6 퀘스트(Quest)로 지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SUV 2인승 밴…숨어있는 단점들

‘화물차=고급차’라는 등식은 성립하기 어렵다. SUV 2인승 밴 역시 실용성에 무게중심을 둔 만큼, 넉넉한 편의 장비를 기대할 수 없다.

독일 BMW와 아우디 등이 화물차를 내놓지 않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상용 사업부를 분리해 경영한다.

2인승으로 등록된 만큼, 뒷자리에 승객용 좌석을 장착하는 건 불법이다. 승객석과 화물 공간 사이에 반드시 격벽도 필요하다. 운전석과 동반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SUV 2인승 화물 밴의 경우 화물 공간 바닥에 방음재를 걷어낸 모델이 대부분이다. 같은 모델이지만 승용차보다 화물칸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더 크기도 하다. 이 소음이 승객석까지 스며들 때가 많다.

승용차보다 보험료도 불리하다. 과거와 달리 ‘1인 운전 한정특약’이 생겨 그나마 많이 저렴해졌으나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운전과 무사고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승용차 운전자가 2인승 SUV 화물 밴을 소유하게 된다면 초기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싸다. 승용차를 타면서 쌓아온 무사고 경력을 화물차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검사도 부담이다. 승용차와 달리 신차 구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년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승용차는 2년이다.

적재함 측면이 유리로 된 윈도 밴의 경우 반드시 유리창에 일정 간격의 안전 격봉도 갖춰야 한다. 측면이 철판으로 막힌 패널 밴을 윈도 타입으로 바꿀 때도 일정한 제품 규격과 절차가 존재한다. 그나마 이전보다 간소해진 게 이 정도다.

화물 밴을 구매한 뒤 5인승 승용차로 구조변경도 불가능하다. 자동차 관리법에 따르면 ‘동일차대’ 일 때 승차정원 구조변경이 가능하다. 7인승 SUV를 구매한 뒤 절차에 따라 5인승으로 구조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겉모습이 동일해도 2인승 화물차를 5인승(승용)으로 구조변경할 수는 없다. 화물차와 승용차를 ‘동일차대’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2인승 SUV 화물 밴 역시 화물차로 등록된 만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1차로 주행은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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