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으로만 따져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한 해 퀀텀점프의 시기를 보낸 듯하다. 지난달 이어진 2022년 실적발표에서 대부분의 그룹사가 ‘사상 최대 실적’, ‘역대 최대’와 같은 수식어를 사용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대장 격인 현대자동차는 작년 매출액 142조5275억 원, 영업이익 9조819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 21.2%, 영업이익 47.0%가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기아 역시 지난 한 해 매출액 86조5590억 원, 영업이익 7조233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50조 원을 돌파했으며, 현대트랜시스는 통합 출범 4년 만에 매출 10조 원을 돌파했다.
얼핏 극적인 성장을 이룬 한 해를 보낸 듯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실적은 각 기업이 경기 침체 우려에도 효율적인 경영을 펼친 덕분이기도 하지만, 고환율 시기 수출로 인한 수익성 극대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 상승분인 약 24조9000억 원 중 매출액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환율로, 그 효과만 9조 원을 넘어선다. 기아 역시 매출액 상승분 1조4490억 원 중 가장 큰 증감 요인은 8400억 원에 달하는 환율 효과다.
결국 지난해 역대급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운 현대차그룹의 실적은 퀀텀점프에 성공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고환율 등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 경영 ‘전략’의 성공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다.
퀀텀점프를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진화다. 현대차그룹이 방향을 정확히 설정한 만큼 향후 더욱 큰 규모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거둬들인 ‘역대급’ 성과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올해 더 적극적인 미래 사업 투자 소식이 들리길 기대한다. 현대차그룹의 ‘퀀텀점프’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