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키움파이낸스스퀘어에서 만난 김기홍 샌즈랩 대표는 IPO를 게임에 비유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진행해 나갈수록 난도가 올라가는 속성에 빗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표현에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다음 단계가 기대된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그는 “IPO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IPO 시장 상황은 개의치 않는다”며 완주 의지를 밝혔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기업공개(IPO)를 진행 중인 샌즈랩은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김 대표는 “범죄 프로파일링을 하듯이 사이버 범죄나 악성코드 등 사이버 위협들에 대한 여러 흔적 정보들을 추적하고 분석해 제공하는 업체”라며 “과거 악성 코드가 백신·포맷만을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면 현재는 기업이나 기관들이 다루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암호화폐 등 경제적인 부분까지 연결돼있으므로 누가 무엇을 공격했는지, 어디에 유출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으로 김 대표는 독창적인 분석 기술을 꼽았다. 그는 “샌즈랩만의 분석 기술을 통해 탐지율 식별 능력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하게 쓰일 수 있는 기술력”이라며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기술들이 2021년과 2022년도 NET 신기술 인증을 받게 됐다. 보안 분야에서 2년 연속 신기술 인증을 받은 업체는 샌즈랩이 최초”라고 강조했다.
샌즈랩은 2003년 5월 연세대학교 학생 벤처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2003년 ‘1.25 대란’으로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해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대란을 겪으며 해킹 기술을 공격이 아닌 보호를 위해 사용해 사회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며 “진로를 고민하던 중 학생 벤처 모집 공고문을 보고 지원했는데 불쑥 지원 대상이 됐다. 그때가 1학년에서 2학년 넘어가는 겨울 방학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03년부터 19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위기를 겪었다. 학생 벤처 초반에는 호황이었지만, 정보 보호 컨설팅 전문업체 지정 업체 제도에 대비하지 않다가 한순간에 수익이 제로가 되기도 했고, 정부 과제에 참여하며 성장하다 사업 방향성 전환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어렵사리 ‘멀웨어즈닷컴’을 출시했지만, 인프라 증설 속도를 매출이 따라잡지 못해 적자에 시달리던 와중 케이사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많은 부침 끝에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샌즈랩 지분 53.5%를 보유 중인 케이사인은 이번 IPO에서 샌즈랩 주식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다. 이례적으로 긴 보호예수 기간은 케이사인의 샌즈랩 육성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IPO 투자금 유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최대주주인 케이사인에 대해서 “회사 운영에 대해 많은 부분을 배웠다. 샌즈랩의 가능성을 보고 운영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며 “최근 성장의 배경에는 케이사인의 신뢰와 합리적인 케이사인의 가이드와 조언 등의 시너지가 있다. 이는 미래에도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사인 측에서도 샌즈랩이 본인들의 투자와 가이드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니 성취욕과 만족감이 있는 것 같다”며 “신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 같다. 5년 보호예수에 대해서 둘 다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그는 “IPO 역시 케이사인 측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메시지에 감명을 받고 3년 가까이 IPO를 준비했는데 재밌게 준비했다”며 “기술 평가를 위해 초기에 만든 문서가 1000장, 프레젠테이션이 300장이 넘었지만 그런 과정도 즐거웠다. 처음에 게임 같다고 말한 것도 힘든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두 번째 사용처는 데이터 센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샌즈랩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들의 보안에도 구멍이 생기게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데이터 센터 설립 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데이터 센터’를 슬로건을 내세우면 다른 업체도 데이터 센터를 임대해 사용하려 하지 않겠느냐”며 “그러면 매출 증대와 사업성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향후 사업 확장 계획으로 김 대표는 “인텔리전스가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용자들이 모두 인지하거나 저변이 확대가 돼야 한다고 보는데, 이를 위해서는 여러 IT 기기들에 인텔리전스가 접목돼야 할 것”이라며 “인텔리전스가 사전 대응과 사후 대응 그 중간에 있는데 이를 사전 대응 방향으로 더 끌어오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좋지 않은 IPO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IPO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지금 IPO를 하면서 회사가 더 값어치있고 좋아지면 그게 실적으로 더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도전적인 메시지로는 옥석 가리기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적자에 대해서는 “재무적으로 적자로 인식된 것이다. 매출 인식이 수주받은 프로젝트가 클로징돼야 하는데 4분기에 사업들이 마무리됐다”며 “부채 비중 전체 프로젝트 수주액 선수금을 받은 것이 매출채권으로 인식됐다. 사업 특성에 따라 그렇게 인식될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즈랩은 이번 IPO를 통해 총 1511만1000주를 상장하고, 이 중 370만 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8500~1만500 원이다. 상장주관사는 키움증권이다. 10~11일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후 16~17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상장에 임하는 각오로 “사이버 보안 분야도 인력 중심 솔루션 사업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트렌드가 바뀌는 시점이고, 그 선두에 샌즈랩이 있다”며 “인텔리전스와 데이터 기반의 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결국에는 산업 활성화로 연결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적인 포부로는 다양한 산업에서 후배들의 롤모델격인 슈퍼스타들이 있다”며 “저를 시작으로 IPO가 기술력과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기업이 도전해 전체 시장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