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고백한 내용이다. ‘밥 짓는 아비’라는 소제목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SV 유스팀에서 생활했던 손흥민을 헌신적으로 뒷받침한 생생한 일화가 담겼다.
이른 나이에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생활체육시설 새벽 청소, 공사판 막노동 등을 병행하며 두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친 손 감독은 2009년 둘째 아들 손흥민 선수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짐을 싸 독일로 향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우습게도 배고팠다는 기억밖에는 나지 않는다”고 회상할 정도로 여건은 척박했다. 돈이 없어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손흥민의 훈련장에 찾아갔고, 매일 5~6시간 동안 이어지는 훈련을 구장 밖에 서서 지켜봤다. 눈, 비를 피할 곳조차 없었지만 손 선수가 훈련 과정에서 드러내는 부족한 점을 체크하느라 자리를 뜰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2021년 10월 출간됐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기간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오르면서 12월 1주 차 판매율이 전 주 대비 122%까지 급증하는 '역주행' 반열에 오른다. 예스24,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면서 12월 중 12쇄를 찍었다.
책에는 축구 감독으로서의 치열했던 고민과 시도가 다수 담겼다.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프로축구 선수 생활을 짧게 마무리했던 자신을 돌이키며 '나처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손 감독은 손흥민의 생애주기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몸이 다 자라기 전에는 슈팅 연습을 절대 시키지 않았고 볼 리프팅, 패스, 킥, 드리블처럼 공을 통제하는 기본기만 훈련시켰다는 대목은 특히 눈에 띈다. 책에는 “어린 나이부터 과도하게 슈팅 훈련을 할 경우 쉽게 무릎이 상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성인이 되기 전에 무릎 수술을 두 번 이상 한 어린 선수들도 많이 보았다”고 이유를 달았다.
손흥민이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 축구부에 보내지 않고 개인 훈련으로 지도하자 주변에서 “미련하다”, “저렇게 혼자 감싸고 돌면서 무슨 선수를 만들겠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찍부터 승패에 노출된 아이의 경우 승부욕은 강해질지 몰라도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를 하기는 어렵다”는 신념을 지켰다.
여기에는 엘리트 축구의 관행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도 반영됐다. ‘지도자의 성과를 위해 선수를 혹사시키는 건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본기도 쌓지 않은 채 경기에 내보내 성적과 타이틀을 얻으려 하는 지도자와 학부모를 들 때 드는 생각은 이것뿐”이라면서 “걷지도 뛰지도 못하는 아이 데리고 나가 육상대회에 내보내는 형국이라는 안타까움”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평범한 독자의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은 “아버지 노릇을 해야 아버지인 것”이라는 강한 설파다. “개똥밭에서 구르든 불구덩이에 뛰어들든 자기 자식을 위해 끝없이 책임을 지고 사랑을 쏟아야 한다”, “세상의 그 무엇보다 무거운 윤리적 무게를 견뎌내야 겨우 아버지가 된다”는 말은 부모된 자의 험난하면서도 숭고한 의무를 새삼 상기시킨다.
다만 그 노력이 향하는 곳이 부모의 만족을 위한 결과여서는 안 된다는 점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썼다. “‘이런’ 조건들을 갖추어주고 ‘어떤’ 과정을 겪으면 (…)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주류가 되는 방법이라고, 그것이 중산층이 되는 방법이라고들 한다”고 세태를 짚으면서 “몇 가지 정형화된 길 안에 과연 ‘내 자식의 행복’도 있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