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전통 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치며 ‘도하의 기적’을 쓴 한·일 축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하자마자 내분에 휩싸였다. 그저 똑같은 싸움처럼 보이지만, 서로를 저격하는 화살의 방향이 다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내분은 ‘캡틴’ 손흥민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로 알려진 안덕수 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몇 줄의 글에서 시작했다.
그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가대표팀 숙소) 2701호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2701호가 왜 생겼는지를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한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손에서 열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너희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 치료? 안샘(선생님)이 누구냐고? 축구판에서 나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삼류야!”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글에 손흥민을 비롯해 조규성, 정우영, 손준호, 김진수, 황의조 등이 ‘좋아요’를 눌렀다. 안 트레이너는 대한축구협회와 별도로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이번 월드컵에 참여했다. 선수단과 같은 숙소에 머물며 선수들의 몸 관리를 해줬다. 비용은 손흥민이 부담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협회가 채용하려면 물리치료사 자격증이 필요한데, 이분은 자격증 갱신이 안 돼있어 협회에서 채용할 수 없었다”라며 “다른 선수들도 이분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있었는데 ‘비공식’으로 취급받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협회의 해명에도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앞서 벤투 감독은 지난달 10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아이슬란드의 평가전을 앞두고 진행된 공식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선수들 휴식보다 돈이나 스폰서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며 한국의 선수 관리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연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크로아티아에 가로막혀 8강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2대회 연속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을 쌓았다.
결과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선수들 사이에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은 크로아티아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했는데, 모리야스 감독은 그 순번을 선수들에게 맡겼다.
첫 키커 나선 미나미노가 실축하고, 두 번째 키커 미토마 가오루도 볼을 넣지 못했다. 세 번째 키커 아사노 다쿠마가 크라이티아 골 망을 흔들었으나, 네 번째 키커 요시다 마야마저 실축하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미나미노는 경기 직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선수들이 직접 순서를 정하게 할지는 몰랐다. 나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첫 번째 아니면 다섯 번째에 차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 5초 동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가장 먼저 찼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1번이 넣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실축하면서 팀에 민폐를 끼쳤다”며 “승부차기에는 흐름이 있는데 상대 골키퍼의 흐름을 살려줬다”고 자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독의 전술에 불만을 터트리는 선수까지 나왔다. 스페인전에서 동점 골을 넣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도안 리츠는 “독일, 스페인과 정면승부를 하지 않고 역습에만 치중한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논란에 대해 ‘캡틴’ 요시다 마야는 “난 모리야스 감독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 생각엔 모든 것이 즉흥적인 반응인 것 같다. 우리가 졌기 때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거기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승부차기 입후보제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