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A+’→‘A’ 최근 하향 조정…EBITDA 마이너스 전환
등급 상·하향 배율, 올해 하반기 1.10배…작년 1.29배보다 낮아
7일 이투데이가 국내 신용평가 3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48개 기업이 강등 후보군으로 올라온 상태다. 업체별(중복 포함)로 보면 한기평이 29곳으로 가장 많고, 한신평은 27곳으로 나타났다. 나신평은 일일 기준으로 2곳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 대상으로 설정했다.
앞서 10월 푸르덴셜생명보험을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했고 롯데계열사뿐만 아니라, 여천NCC, 금호전기, 효성화학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이들 기업은 향후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신용도 하락 가능성이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수시평가를 통해 넥센타이어의 회사채(선순위)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이후 수년간 판매량이 감소하며 영업수익이 저조한 가운데 해상운송비 부담, 원재료인 천연고무 가격 상승 등으로 자체 현금 창출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이 크게 악화된 영향이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5년(2016~2020년) 평균 EBITDA 마진율이 9.0%로 우수했으나, 지난해 0.2%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3.4%로 전환했다. 투자금도 대부분 외부 차입에 의존 중이다. 작년 말 1조3791억 원이었던 총 차입금은 지난 9월 말 1조6353억 원으로 불어났다. 차입금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이 자체 이익만으로 경영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연간 결산실적을 바탕으로 반기 말에 장기 등급을, 연말에 반기 또는 3분기 실적으로 단기 등급 정기 평가를 내놓는다. 넥센타이어의 장기 신용등급 평가가 12월에 이루어진 점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 경색이 이례적으로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올해 초 광주 화정 아이파크 공사 붕괴 사고 이후 수주 경쟁력 등에 시달린 HDC현대산업개발과 지주사 HDC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장단기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추가됐다. 내년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거론된 둔촌주공의 청약 성적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대규모 건설사 또는 증권사들의 신용 등급 ‘줄강등’ 가능성 또한 커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은 늘고, 상향된 기업은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 수 대비 상향 조정된 기업 수 비율을 뜻하는 ‘등급 상·하향 배율’은 올해 하반기 1.10배(상승 21곳·하락 19곳)로 지난해 같은 기간(1.29배, 상승 22곳·하락 17곳) 대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등급 상하향 배율은 0에 가까울수록 하향 조정이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내년에도 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과 금리 상승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역수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25년 만에 최장 기간인 8개월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하루 만에 26.20원 상승 마감하며 2020년 3월 19일(40.00원 상승) 이후 2년 9개월만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 대책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 신용등급이 연이어 떨어지면 이조차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의 회사채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다시 추가 신용 등급 강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년 상반기 그룹사의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은 총 47조5481억 원에 이른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는 전날 1.754%포인트(p)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