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실시하는 언론사마다 경향이 다르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것으로 알려진 NHK의 11월 조사(11월 11~13일)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33%까지 떨어졌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37.1%까지 떨어졌다. 자민당 지지율은 7월 59%, 8월 46%, 9월 40%, 10월 38%에 이어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어 급기야 지난달에는 ‘지지하지 않는다’가 43%로 ‘지지한다’를 역전했다.
현재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30% 안팎이 되면서 기시다 총리가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 내각 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지금은 조금 고독하고 괴로울 때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에 엄격하다고 알려진 마이니치신문의 조사에서는 10월 내각 지지율이 27%까지 떨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도 24%를 기록해 하마터면 내각과 여당 지지율 합계가 50% 미만이 되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아오키의 법칙’에 해당할 뻔했다. 11월에는 기시다 총리 지지율이 다소 회복됐지만 그래도 ‘지지한다’가 31%, ‘지지하지 않는다’가 62%였다.
이렇게 급속도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자민당 내에서는 아직 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그 요인으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어온 최대 파벌 아베파가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후임 회장을 내지 못한 채 분열 양상을 보여 설령 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려도 자신들의 파벌에서 총재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크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총리 얼굴로는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럼 누가 후임으로 적합하냐고 하면 아직 대안이 없다. 기시다 총리를 대신해 자신이 총리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야당이 너무 약해서 기시다 총리가 의회 해산 후 총선거를 선언해도 현재 야당으로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을 이길 수 없고 다시 정권이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이 있다. 야당들의 추궁으로 장관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지만, 야당이 정책 제시로 성과를 거둔 것이 아니라 내각에 대한 비판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눈에는 비친다. 그런 야당이기 때문에 기시다 총리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여당 의원도 적지 않다.
그리고 현재 정계에서의 최대 쟁점은 통일교 헌금 문제를 둘러싼 신법 통과 문제, 방위비와 그 재원을 둘러싼 증세 문제다. 기시다 총리는 5월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방위비의 상당한 증액을 약속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7월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공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여러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이라는 국방예산 목표도 염두에 둔다’며 ‘2023년도부터 5년 이내에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필요한 예산 수준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얼마나 증액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기시다 총리는 방위비를 2027년도까지 GDP의 2% 정도로 증액하도록 스즈키 순이치 재무상과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에게 지시했다. 처음으로 2%라는 숫자가 공식적으로 정부 방침으로 나왔는데 2023년도 예산에서 방위비를 얼마로 할 것인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검토하겠다”며 기시다 총리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검토하겠다”가 말버릇이 된 기시다 총리를 많은 일본인이 ‘검토사’라고 야유하고 있다. ‘검토사’의 일본어 발음은 옛날에 일본이 당나라에 보낸 ‘견당사’의 발음과 같은 ‘겐토시’이므로 일본인들이 기시다 총리를 재미 삼아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결정한 내용도 계속 바꿔나가는 기시다 총리에 대한 야유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시다 정권은 경제대책에 큰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엔저라는 상황의 정착과 물가 상승 등 문제는 앞으로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악화 속에서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 논의를 한다면 하락이 멈추지 않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인 것이 ‘지도력이 없다’는 점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리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눈앞의 문제에 대한 대응에 급급해 ‘일본을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라는 명확한 비전을 기시다 총리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기시다 총리는 ‘새로운 자본주의’나 ‘디지털 전원도시 구상’ 등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 자체가 제시되지 않거나 계속 내용이 바뀌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도 대안이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이 없는 기시다 내각의 모습이 국민의 눈에 계속 비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