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판 깨져…2018년처럼 협상 나설 것"
2017년 '핵 무력 완성'→2018년 '남북정상회담'
"尹 담대한 구상 견지 이유…인도적 지원부터 시작"
그러나 김정은 딸까지 나와 핵 강조해 과거와 달라
그럼에도 1년 남은 총선 대비 지지율 제고 위해 기대
정부·여당에서 내년부터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최고조로 높인 뒤 대화에 나섰던 과거 사례, 또 7차 핵실험 감행 시 외통수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근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 연말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예고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신년사를 갈음하는 대남·대미 메시지를 낼 예정이라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여당에선 대화 기류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7형을 발사하고 여러 발의 미사일 도발을 한 상황에서 더 도발 수위를 높일 방법은 없다”며 “7차 핵실험은 핵무기 보유로 여겨지기 때문에 협상 판 자체가 깨져 감행하지 않을 것이고, 2017년 긴장을 높인 뒤 2018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한 것처럼 기류가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긴장을 최고조로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김 위원장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북한은 지난달 완성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고, 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자신의 딸을 데려와 ‘핵은 미래세대를 위한 안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두고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의 5주년을 갈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정주년(5, 10년 단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ICBM 발사를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는 의미로 삼았다면, 2018년처럼 내년에 남북 대화 기류가 흐를 수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기대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은 2018년에 남북회담을 한 것처럼 최고조로 올린 도발 수위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전제가 없는 인도적 지원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의 이례적인 빈도수의 미사일·방사포 및 ICBM 발사, 7차 핵실험 임박 전망을 고려하면 정부·여당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의 경우 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사활을 걸었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는 전제로 협력한다는 내용인데, 김 위원장이 ICBM 발사 현장에 자신의 딸까지 데려오며 핵을 강조한 상황에선 어려운 이야기”라며 “정부가 미국, 일본과 공조해 압박에 무게를 두는 상태에서는 군비경쟁만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극적인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를 하는 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물론 역대 대통령들이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이뤘던 건 남북회담을 개최한 시기라서다. 30% 전후를 오가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총선에서 고전할 공산이 커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화 이래 역대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지지율이 가장 극적으로 확실히 오르는 이벤트는 남북회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