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 혼잡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출퇴근 풍경이 달라졌다는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한 네티즌 A 씨는 “퇴근 시간대 건대입구 환승구간 계단은 내리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뒤엉켜 지옥인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갔다”며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루 뒤 다른 네티즌 B 씨는 “오늘 지하철을 탔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 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다 멈췄다”라며 “싸한 분위기가 10초 넘게 유지됐다”고 했다. 이어 “보통은 밀지 말라고 해도 밀어붙이는데 남녀노소가 일제히 멈추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매우 씁쓸하고 조금 슬펐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무리하게 타려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열차 상황을 보고 다들 약속한 듯이 다음 차를 기다린다“, ”전에는 1~2대를 보냈는데, 이제는 3~4대를 보내도 기다리게 된다“, ”확실히 우리가 너무 밀집에 익숙했던 것 같다. 저 정도는 충분하다의 생각에서 위험하다로 바뀐 것 같다“ 등의 다른 네티즌들의 공감 댓글이 이어졌다.
이태원 참사라는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계기로 ‘지옥철’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노선별 혼잡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1호선 84% △2호선 149% △3호선 141% △4호선 151% △5호선 132% △6호선 96% △7호선 127% △8호선 134% △9호선 75%(급행열차 135%)다. 혼잡도는 열차 1량당 정원 대비 이용 승객 인원으로, 승차인과 좌석 수가 일치할 경우를 혼잡도는 34%다. 지하철은 1~8호선 혼잡 정보를 ‘여유(80% 이하)’, ‘보통(80~130%)’, ‘주의(130~150%)’, ‘혼잡(150% 이상)’ 4단계로 분류하는데. ‘보통 ’단계에서는 승객들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주의’ 단계에서는 이동 시 부딪힘이 발생한다. ‘혼잡’ 단계에 이르면 열차 내 이동이 불가하다.
SKT가 지난해부터 온라인에 공개하는 유동 인구 데이터 바탕 지하철 혼잡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차량 내 혼잡도가 가장 심한 지하철역은 출근과 퇴근 모두 1호선 구로역으로 집계됐다. 8월 1일~10월 31일 데이터(수요일 기준)를 보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40분 구로역에서 구일역 방면 열차 내 혼잡도는 252%로 ‘매우 혼잡’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