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연계 서비스 전면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카카오 의존도가 높아진 대한민국의 허점이 드러났다. 장시간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데이터 이원화가 돼 있었다는 해명에도 카카오의 재해복구(DR)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16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판교 데이터센터를 가장 메인이 되는 데이터센터로 사용하고 있다”며 “전원 공급이 차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중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버를 증설해 트래픽을 전환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화재로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던 카카오의 3만2000대 서버가 모두 다운됐다. 오전 10시30분경 진행된 간담회에서 양 부사장은 “1만6000대 정도 복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약 19시간 지난 시점에 절반가량만 정상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초 카카오는 소방당국이 초진 됐다고 밝힌 이후 수 시간 내에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이후에도 서비스 중단 사태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거대 IT 기업인 카카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데이터 이원화도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해복구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월등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 등 굳건했던 카카오의 입지도 줄어들 수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원화를 했는데 서비스 전체가 내려가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시적 장애가 있더라도 즉시 복구가 가능한 상태여야 했는데 사실상 이원화가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같은 데이터 센터에 입주했던 네이버가 빠르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카카오의 미흡한 대처가 더 부각됐다. 네이버는 결제 서비스 플랫폼인 네이버페이,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으나 수 시간 내에 완전히 복구됐다. 다만 네이버가 자체 데이터센터인 ‘각’을 보유해 서비스 정상화가 차이 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경쟁 업체들은 발 빠르게 대안 제시에 나섰다. 네이버는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노출했다. 카카오T 경쟁사인 우티는 택시기사들에게 ‘타 택시호출 서비스 오류로 택시 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지급 바로 우티앱에 접속해서 피크타임 인센티브 프로모션 혜택도 누려보라’고 알렸다.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는 라인과 우티 등의 다운로드 건수가 급증했다. 카카오맵을 대신해 네이버지도, 티맵을 찾는 이용자들도 크게 늘었다. 카카오 서비스가 정상화하더라도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은 만큼 갈아탄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장애로 손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대한 보상 여부도 관건이다. 전날 카카오와 연계된 모든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속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로 킥보드를 사용했지만,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반납하지 못한 한 이용자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요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결제 시스템, 택시·대리 서비스 등의 중단으로 인한 유·무형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추후 서비스 장애의 직접적 원인이 된 SK(주) C&C와 카카오 간 책임 소재를 두고 법정공방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도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히 여기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ㆍ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ㆍ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 사업자들이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