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회, 하이에나마켓]②“반갑다 불황아”…눈물속 쏟아지는 알짜 기업 사냥꾼들

입력 2022-10-10 12:00 수정 2022-10-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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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롯데 등 M&A 적극적…삼성전자도 3년내 ‘빅딜’ 예고
‘M&A 큰손’ 떠오른 사모펀드…시장 주도권 놓고 경쟁 펼칠 듯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글로벌 긴축과 경기 침체 여파가 기업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정부와 채권은행들도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단단히 죌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자금 사정이 나빠졌거나 그럴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기업군이 23곳에 불과하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들이 줄줄이 나올 수도 있다.

쌓이는 매물 쌓일 매물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혁신계획’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신보), 예금보험공사(예보), 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5개 금융 공기업이 2년 이내 매각 착수 대상으로 보고한 출자기업은 총 12개에 이른다.

한화그룹이 인수키로 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서도 HMM, 금호타이어, 한화생명,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KG스틸, KDB생명보험, 서진캠, 환영철강공업 등의 금융공기업 지분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1세대 뷰티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매물로 나왔다.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임하고, 지분 59.2% 매각에 나섰다. 배달대행 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매각 자문 주관사로 KPMG를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사진=에이블씨엔씨)

매각이 무산된 예도 있다. 임플란트 업체 디오는 8월 최대주주 디오홀딩스와 특수관계인 7명이 투자지주사 세심과 맺은 주식 매매 계약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롯데카드와 맘스터치, 버거킹 등도 하반기 매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성사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온시스템(약 6~7조 원), 메디트(약 3~4조 원) 등도 매물로 있지만 이렇다 할 진척상황이 없다.

금리가 더 오르고 시장환경이 나빠지면 M&A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재무적 곤경이 지속되는 한계기업은 코로나를 전후로 크게 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은 2823개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2283개) 보다 23.7% 늘었다.

반면, 이런 상황을 기회로 보고 새롭게 M&A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농심은 최근 건강식품기업 천호엔케어의 경영권 지분 약 77%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 농심은 풍부한 현금과 막강한 브랜드·유통망을 가지고 있지만, 보수적인 경영을 지속하며 그동안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지난해 약 2조7000억 원의 매출액 가운데 약 78%가 라면에 치우친 사업구조가 문제로 꼽히며, M&A 필요성이 대두됐다.

사모펀드 기업간 M&A시장 주도권 싸움 예상

사모펀드(PEF)와 기업간 M&A 시장 주도권을 두고도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EY한영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모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은 7월 말 기준으로 4552억달러(약 653조 원)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하반기 M&A 규모는 조달금액 기준으로 5690억달러(약 81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는 코로나 시국 이후 M&A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며 올해 상반기 1조 원 이상의 딜을 주도했다. 한앤컴퍼니는 SKC의 모태인 필름 사업을 1조6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PI첨단소재를 1조275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밖에 분자진단 전문기업 랩지노믹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루하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됐고, 세포치료제 기업 메디포스트는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와 그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사모펀드는 국내 M&A 거래의 80%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네이버)
(사진=네이버)

그러나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환경 변동성에 따라 최근 M&A 주도권은 기업이 가져오고 있다. M&A ‘대어’ 이차전지용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는 불투명했던 인수가 이제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예비입찰에서 유력 원매자들이 불참한 데다 본입찰에서 베인캐피탈마저 발을 빼면서 일진머티리얼즈의 M&A는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다 지난달 롯데케미칼이 사실상 유일한 후보가 돼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인수금액은 2조5000억~2조7000억 원 수준 알려졌다.

네이버는 최근 미국판 중고나라·당근마켓 ‘포쉬마크’를 16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로, 인수 절차는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120조 원을 웃도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하겠다”며 빅딜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분야 글로벌 투자를 검토하고 있고, LG는 베이앤드컴퍼니 출신의 홍범식 경영전략 부문 사장을 주축으로 미래투자팀을 꾸려 신규 M&A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가우탐쿰라 아시아 총괄회장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침체 위기를 거꾸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경기 침체를 견디기 위해 기업들이 알짜 자산을 시장에 많이 쏟아내는 지금이 글로벌 M&A의 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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