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을 출발한 지 약 2시간,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있는 SK바이오텍 생산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11배 규모(8만3000㎡)의 부지는 SK㈜의 글로벌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통합법인 SK팜테코의 국내 생산 기지로, 이번에 신규 공장인 모듈3의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150톤의 합성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SK바이오텍은 560억 원을 투자해 모듈3을 증설하고 생산 역량을 190㎥에서 290㎥로 약 50% 늘렸다. 증가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발주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내년 하반기에는 모듈4를 준공해 생산 역량을 4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견학에 앞서 헤어캡과 덧신, 가운을 착용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한 고글까지 쓰고나서야 공장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오염 방지를 위해 칸칸이 이뤄진 공간에서는 문이 조금이라도 닫히지 않으면 날카로운 ‘삐’ 소리가 울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4층 상온보관실은 줄지어 있는 거대한 선반 위에 커다란 원료통이 눈에 들어왔다. 15~25도 사이로 관리되는 이곳은 전자시스템 바코드로 입·출고를 확인한다. 냉장창고는 4도, 냉동창고는 영하 10도가 유지된다.
공장은 5층짜리 건물 11개를 배치하고, 제품공장과 생산설비를 한곳에 모아 동선을 단순화해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1층에서 원료가 들어오면 4층 원료창고로 옮겨진 후 생산지역으로 이송된다.
품질관리동에서는 창고에 입고된 원료와 함께 제조가 끝난 제품에 대한 품질검사가 진행된다. 제조공정 중 품질시험과 제조소 환경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곳이다.
복도를 지나 커다란 방에 들어서자 끝없이 늘어선 장비가 눈길을 끌었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장비 20대와 액상 고압 크로마토그래피 30대가 각각의 방에 배치돼 있고, 모든 분석은 자동으로 이뤄졌다.
세종공장의 심장인 생산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의 핵심은 저온연속반응시스템과 연속촉매수소화시스템이다. SK바이오텍의 연속 공정 기술은 자동화를 통해 각 공정 단계마다 흐름이 끊기지 않게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용과 생산성, 품질, 안전성이 뛰어나며 배출되는 폐기물 양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고객사 수주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올해 모듈3의 가동, 내년 모듈4의 준공으로 이어졌다.
4층에서는 윗부분만 보이던 거대한 리액터는 아래층에서 몸통을, 더 아래로 내려가 밑부분을 볼 수 있었다. 저온연속반응시스템이 있는 모듈1에는 8000~1만ℓ 규모의 리액터 11개가, 연속촉매수소화시스템이 있는 모듈2에는 14개가 자리했다.
제품생산 마지막 단계인 클린룸은 모든 설비가 방에 고립돼 있었다. 사람(인동선)과 제품(물동선)의 이동이 별도로 구분돼 있고, 복도와 방 사이는 에어록을 통해 10Pa(파스칼)의 압력 차로 교차오염을 방지하는 구조다.
생산동을 안내한 정구영 SK바이오텍 책임매니저는 “밀폐된 환경에서 아이솔레이터를 통해 포장하면서 제품화 과정은 물론 작업자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고품질 원료의약품 생산 능력을 인정받아 핵심 제품의 발주량이 2015년 이후 매년 20%이상 늘고 있다. 모듈3의 증설에 따라 SK바이오텍의 연간 최대 매출은 지난해 약 1500억 원에서 올해 약 2200억 원으로 1.5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모회사인 SK팜테코는 지난해에만 8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글로벌 5위의 합성의약품 CDMO로 올라섰다. 세종공장은 물론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진행 중인 추가 증설을 마치면 ‘1조 클럽’ 가입이 가시화된다.
SK팜테코는 합성의약품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를 주축으로 글로벌 톱티어 진입을 가속하고 있다. 합성의약품 CDMO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품질 위탁 수요 증가로 연평균 10%, CGT 시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제품 증가에 따라 연평균 36% 고성장이 전망된다.
김연태 SK㈜ 바이오투자센터 부사장은 “SK바이오텍은 합성의약품과 CGT를 동시에 영위하는 희소성 높은 CDMO”라며 “제품 개발부터 대량 상업 생산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고 경쟁력을 강조했다.
SK팜테코는 지난해 프랑스 이포스케시 인수에 이어 올해는 미국 CMB의 2대주주에 올라섰다. 이포스케시는 연말 제2공장 완공을, CMB는 2025년까지 70만ft² 규모의 세계 최대 CGT 생산설비를 구축한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SK팜테코는 글로벌 1위 CGT CDMO를 정조준할 계획이며,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CGT 상업생산에 앞서 수주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있다”면서 “SK팜테코의 상장은 사업 전략에 맞춰 추후에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