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불법 수입 금액이 지난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평균 피해 규모는 2017년의 30배에 달할 정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타인 명의를 이용한 밀수·부정 수입·부정 감면 등 관세법 위반 적발 금액은 10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화주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 납세 의무자를 허위 신고하는 수법으로 물건을 들여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불법 수입 금액은 2017년 72억 원, 2018년 124억 원, 2019년 204억 원, 2020년 911억 원, 2021년 1043억 원 등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불법 수입 사건당 평균 적발 금액은 지난해 31억6000만 원으로, 2017년(1억1000만 원)의 30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화물 운송업자(포워더)가 허위 사업체를 사용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5년간 3만3308회에 달했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국가 간 이동 제한으로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밀수가 더욱 성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행 방식 역시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관세법 위반 사례 가운데는 개인이 800여 명의 명의를 수집하고 휴대전화 20여 대를 개통해 수취인 정보를 변경해가며 물품을 자가 소비용으로 위장해 반입한 경우가 있었다.
다른 사람 명의 휴대전화(일명 대포폰)이 무분별하게 유통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 노인이나 지적 장애인에게 돈을 주고, 명의를 도용해 이른바 '대포 유심칩' 7000 개 남짓을 만든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개통한 번호는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예 조직을 꾸려 화주 모집과 대포 사업자 관리,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27개 대포 사업자 명의를 활용해 3개월간 1만4696회에 걸쳐 허위 신고를 일삼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상 타인 명의대여죄는 관세 회피와 강제 집행 면탈을 위한 경우에만 적용되며, 밀수입·부정 수입·부정감면 목적의 불법 행위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호 의원은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대형화하는 추세"라며 "단속 활동 강화,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엄정한 과세행정과 건전한 대외유통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