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매출 대비 연구ㆍ개발 투자↓
2020년 이후 하락…예년 수준 못 미쳐
완성차 R&D 역량 줄이고 신사업 투자
현대자동차가 매출 대비 연구ㆍ개발(R&D) 재투자 비중을 축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완성차의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한 대규모 기술투자 대신, 인수ㆍ합병(M&A)을 통한 신기술 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최근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이 비율이 감소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1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해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도 R&D 투자를 확대했던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 비율을 축소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현대차의 R&D비는 매출액의 2.1%에 불과했다. 이는 2020년 3.1%와 지난해 2.6%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완성차 대부분은 매출액의 6% 수준을 R&D에 재투자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일부(포르쉐)는 8%를 넘기도 한다. 고급차 브랜드는 1대당 평균 판매단가가 높다 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다. R&D 투자액이 다시 매출로 이어지는 환수 주기도 상대적으로 짧다. 덕분에 과감한 재투자도 가능하다.
이처럼 공격적으로 R&D 재투자에 나섰던 차 제조사들은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자 경기위축을 우려 R&D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자료를 보면 글로벌 12대 완성차 제조사들이 당시(2020년) R&D 투자를 전년대비 평균 9% 축소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0.5%를 축소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R&D에 대한 투자 의지를 확대한 것으로 당시 해석됐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사이, R&D 비용은 현 상태를 유지했다. 자연스레 매출대비 R&D 비용은 3.1%에서 2.6%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R&D 투자는 매출 대비 2.1%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3년 R&D 투자비율이 2%대에 진입한 이후 최저치다.
현대차의 R&D 비용 비중은 2015년 2.5%대에 올라서면서 꾸준히 이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 2.5% 수준이었던 이 비율은 이듬해(2020년) 처음으로 3.1%를 기록하면서 3%대에 진입했다. R&D 투자를 확대한 가운데 예상보다 매출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R&D 투자 비율이 올랐다.
다만 여전히 경쟁사(평균 6%) 대비 절반 수준인 R&D 투자 비중은 현대차의 발목을 잡는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따져보면 실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현대차 IR 관계자는 “회사가 밝히고 있는 매출액 수치에는 금융 부분(현대캐피탈) 수익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고 순수한 자동차 판매 매출만 따지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율은 소폭이지만 상승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전체 매출액의 3~4%를 연구ㆍ개발에 투자한다. 그런데 모비스 매출의 상당 부분은 부품이 아닌 애프터 서비스에서 나온다. AS 부분을 제외하고 부품매출 규모만 따져보면 이 비율이 크게 오른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체적인 R&D 대신 해당 기술을 지닌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고성능 전기차 기술을 지닌 크로아티아 기업(리막)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율주행 합작사(모셔널) 설립, 로봇 기업(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등을 살펴보면 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거나 인수하는 전략이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 투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집중된다. 올 하반기 투자 비율을 확인해보면 정확한 추세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차의 2019년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1.9%였던 반면, 당해 연도 전체 비중은 2.5%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