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요인들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다.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계속해서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는데, 6월과 7월에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75bp 금리 인상을 연속으로 시행하면서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2.25~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금리는 해당 국가의 통화를 보유했을 때 이자 수입이 보다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보유의 매력을 높이게 되고, 달러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달러 강세를 촉발하게 된다.
여기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만,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기에 미국 금리 인상만으로는 지금의 환율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가능할 수 있다. 타당한 지적이기는 하지만 환율과 같은 금융 시장의 가격은 지금의 상황보다는 미래의 변화할 금융 환경을 미리 선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장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는 미국 연준이 올 연말까지 3.25~3.5% 정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현재 수준인 2.25%에서 3차례 0.25% 인상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기준금리를 3% 수준까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한국의 금리 인상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미국의 소비 성장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수준이며 고용 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당시 지급했던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이 저축으로 쌓이면서 향후 경기 둔화 상황에서 완충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성장이 탄탄하다면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도 내성이 보다 강할 수 있다. 반면 한국 경제의 성장은 미국에 비해서는 다소 약해 보인다.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처럼 0.75%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택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특히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는 가계 부채라고 할 수 있는데, 취약 가계의 경우 빠른 기준금리 인상의 충격이 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미국처럼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금리 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을 때 받을 수 있는 자본 유출의 우려 역시 커질 수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는 느리지만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핵심 배경이다.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를 종합하면 연말에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금의 상황보다는 미래의 보다 크게 벌어진 기준금리 차를 일정 수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가적인 미국의 금융 환경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탄탄한 고용 지표와 소비 성향을 감안했을 때 연준이 기대하는 연 2% 수준의 인플레이션 레벨로 되돌아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금보다 강해질 개연성 역시 존재한다.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그리고 더 큰 폭의 금리 인상 스탠스가 관찰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추가적인 상승 기조를 나타낼 수 있다.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을 분석할 때 국제유가의 상승 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음을 감안한다면, 추가적인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가 국내 환율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흐름에도 또 다른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조를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외환 시장의 안전망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