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월 지급식 등 내놓고 자산운용사 ETF 출시 잇따라
채권시장의 거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침체를 겪자 동학개미(국내주식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을 사 모으고 있다. 자본시장 유행에 민감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발빠르게 채권 부문을 강화하며, 동학개미 ‘머니 잡기’에 나섰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채권을 10조842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 금액인 4조5675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개인의 채권잔고는 지난 2월 말 약 8조5000억 원에서 8월 16조 원을 웃돌며 6개월 만에 약 2배로 늘었다. 7월 첫째 주에 약 5000억 원 순매수가 이뤄지더니 둘째 주부터 약 7000억~9000억 원의 채권매입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잇따라 채권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캐피탈(AA-), 엠캐피탈(A-), 오케이캐피탈(A-) 등 800억 원 규모의 월지급식 채권 매각을 시작했다. 9월부터는 금리 하락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AA등급 은행지주사 신종자본증권 등 우량 등급 장기채 공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월지급식 채권은 최근 고금리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은퇴 후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필요한 퇴직자에게 유용한 투자수단으로 꼽히면서 수요가 늘었다. 우량 기업의 회사채도 수익률이 시중금리 대비 높은 연 4%대에 진입하면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세전 연 5.01%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DGB캐피탈’ 채권 판매에 나섰다. 인당 5000만 원 한도로 총 50억 원을 선착순 판매한다.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 ‘AA등급 만기 1~3년의 월이자지급식 여전채’ 100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삼성증권은 1년, 1.5년, 2년, 2.5년, 3년까지 다양한 만기의 월이자지급식채권으로 판매상품 다양화에 나섰다. 9월부터는 연말까지 매달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월이자지급식채권을 1000억 원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사들도 ‘채권 머니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주식과 미국 달러표시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KINDEX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ETF’·‘KINDEX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액티브ETF’)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자산의 30%는 패시브 운용 방식으로 미국 S&P500 지수 또는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고, 70%에 해당하는 채권은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한다.
한투운용은 미국 단기 국채와 달러표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KINDEX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와 ‘KINDEX 단기채권알파액티브 ETF’도 내놨다.
삼성자산운용은 30년 만기로 발행된 국고채 중 잔존만기가 20년을 초과하는 국고채를 편입하는 ‘KODEX 국고채30년 액티브 ETF’와 미국과 아시아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삼성 KODEX 미국종합채권SRI 액티브 ETF’, ‘삼성 KODEX 아시아달러채권SRI플러스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KB자산운용은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춘 ‘KB다이나믹TDF 채권혼합형’을 출시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7월 여전채 중심으로 약세가 부각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빈자리를 개인은 좋은 기회로 대규모 매수를 진행했다”라며 “위축된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를 개인들이 크게, 빠르게 메우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