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급난에 정유사 경유 최대 생산 모드
상반기 경유 수출액 역대 최대…정유사 ‘함박웃음’
7월 국내 경유 생산량이 집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국내 소비는 줄었지만, 수출량이 급증하면서 정유사들의 가동률을 이끌었다.
25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7월 국내 경유 생산량은 3282만1000배럴(Bbl)을 기록했다. 이는 페트로넷이 공식 집계를 낸 1992년 이후 최대치다.
경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높이고, 경유 공급이 부족한 유럽 등에 수출을 전략적으로 늘려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정유사 가동률은 83.6%로 2020년 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과거 정유사 평균 가동률이 2020년 75.9%, 2021년 74.4%였음을 고려할 때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경유 생산량이 늘면서 수출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상반기 경유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8.8% 증가한 9510만2000배럴이었다. 수출액은 128억8000만 달러(약 16조7900억 원)를 거두며 반기 사상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통상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경유 생산수율이 휘발유보다 두 배가량 높아서 수익성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경유 수출 단가는 글로벌 공급 불안으로 배럴당 135.2달러(약 17만3900원)까지 치솟았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제적으로 경유 품귀현상과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생산이 집중되고 있다”며 “비싼 가격으로 국내 수요는 위축됐지만, 글로벌 수요는 가격과 무관하게 견조한 만큼 생산량 증가는 내수보다 수출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유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경유와 대체재 관계에 있는 벙커C유 생산도 크게 늘었다. 7월 벙커C유 생산량은 824만9000배럴로 종전 최고치인 2013년 7월(871만6000배럴)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워낙 많은 만큼 정유사들이 국제적으로 크랙(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차이)이 높은 경유를 많이 생산했다”면서 “향후 국제 제품 마진 변동이나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 수율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