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https://img.etoday.co.kr/pto_db/2022/08/600/20220809141011_1785203_1200_1800.jpg)
지난 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헌트’ 인터뷰로 만난 이정재 감독 역시 실제로 “칸영화제가 좀 더 많은 셀럽을 초대하기 위해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 영화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https://img.etoday.co.kr/pto_db/2022/08/600/20220809140836_1785199_900_600.jpg)
“그런 얘기가 많았죠. 그런데 올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3편만 선택받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2년 정도 (해당 부문 작품 상영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서 올해 한국에서만 50여 편이 출품됐다고 하는데도요. 전 세계적으로는 2000여 편이 넘었고요. 그 많은 영화 중에서 제일 유명한 감독이 이정재냐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라는 거죠.”
칸영화제 초청은 그로서도 예상치 못한 운이었다. 고생스러웠던 ‘헌트’ 제작과정을 떠올리면, 그런 상상을 할 만한 심리적 여유도 없었다.
‘헌트’는 당초 충무로를 돌던 ‘남산’이라는 첩보물 시나리오를 이 감독이 액션 중심의 상업영화 대본으로 고쳐 쓰면서 캐스팅과 투자를 끌어냈다. 촬영과 후반작업 과정까지 꼬박 5년 여의 세월이 소요됐다.
“연기자 출신 신인 감독이 잘 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투자배급사가 제작비를 많이 할애하려 하지 않아요. 전례가 없기에 위험부담이 있다는 거죠. 시나리오로 입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다양한 볼거리와 감정을 담은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압박이었어요.”
![▲'헌트'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https://img.etoday.co.kr/pto_db/2022/08/600/20220809140848_1785200_900_600.jpg)
배우 출신 감독이기에 웃으며 할 수 있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투톱 구조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게다가 균형을 잘 맞추지 않으면 캐스팅이 안 됩니다. (배우들로서는) ‘저 역할이 더 좋아 보이니 저거 줘’하는 이야기들이 항상 나오니까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2016년 탄핵정국은 영화의 메시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잖아요. 국민들이 양극으로 갈라져서 대립하는 걸 보니 누군가 우리를 대립하게끔 부추기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색깔이 강한 뉴스가 쏟아져 나올 때, 우리의 가치관이나 이념이 과연 옳은 곳에서 온 건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걸 주제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헌트’는 이념에 매몰된 교육을 받으며 살아온 안기부 부장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각자의 ‘사건’을 거쳐 심리적 변화를 겪는 과정을 다루게 된다.
![▲'헌트'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https://img.etoday.co.kr/pto_db/2022/08/600/20220809140824_1785197_1200_702.jpg)
당초 시나리오에 있던 박평호와 탈북 대학생(고윤정)의 성적인 장면은 모두 삭제하는 등 이 감독의 손을 거치며 굵직한 변화도 생겼다. 불필요한 정사신은 "대다수의 관객이 선호하지 않을 거라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에”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쉽사리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감독은 ‘헌트’ 연출을 마무리 지었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이 제 아무리 큰 흥행을 이뤄냈더라도 자신의 연출작을 연이어 칸영화제에 선보이는 기회는 얻지 못했을 테다. 충분히 준비된 자를, 하늘이 도운 셈이다.
10일 정식 개봉을 앞둔 이 감독은 그 공을 함께 일한 사람들과 나눴다.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사전 준비작업)과 후반작업에서 숨은 스태프를 만나요. 이분들 역시 누구 못지않게 본인들 영화가 흥행하고 호평받기를 원합니다. 모두가 아티스트예요. 그러니 ’헌트’는 이정재 하나만 보고 칸영화제에 초청된 게 아닙니다. 영화의 주제는 물론이고 많은 스태프와 배우가 모여서 함께 만든 결과물 덕에 뽑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