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은 원가 부담에 ‘52주 최저가’
유(乳) 업계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주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증시 전반의 침체 속 남양유업의 경우 매각 무산과 법적 분쟁이, 매일유업은 원가 부담이 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양유업 주가는 매각설 이후 1년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홍원식 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결국 매각이 무산된 영향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이날 오전 기준 36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고점(81만3000원)과 비교하면 55% 이상 떨어진 수치다.
매각 불발과 법적 분쟁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해 5월 보유주식 전부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외조카 마약’, ‘대리점 갑질 사태’ 등으로 얼룩진 기업 이미지가 ‘불가리스 사태’로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
시장은 환호했다. 홍 회장의 지분 매각 소식에 남양유업 주가는 5월 40만 원대에서 7월 1일 8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이후 홍 회장 측이 거래 선행조건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며 한앤컴퍼니와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송사는 현재 진행 중으로 결심은 다음 달 23일 예정돼 있다.
매각 불발과 법적 분쟁은 증시에서 남양유업에 관한 관심이 떨어뜨렸다.
지난해 매각 발표 이후인 5월 31일 하루 22만 주에 달했던 남양유업 주식 거래량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 1237주를 기록했다. 이달엔 거래량이 수백 주 수준에 멈춰있다. 더불어 2018년 이후 남양유업을 다룬 증권가 보고서는 1건도 나오지 않고 있다. 수년간 남양유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30대 Y 씨는 “시장에서 신뢰와 기대를 잃어버린 종목이 됐다”고 토로했다.
업계 라이벌인 매일유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30일 5만7000원,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매일유업 주가 하락은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사업 불확실성 확대가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회사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실적 증대를 이뤄냈다. 매출은 1조3933억 원→1조4631억 원→1조5519억 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53억 원→865억 원→878억 원으로 증가했다.
원가 부담 가중이 사업 불확실성 확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 2분기 실적에 대해 “원가 상승과 관련한 부담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일부 품목에서의 마진 하락이 예상된다”며 “추가로 원유 가격 물가 연동제와 관련한 8월 가격 결정에 따라 2분기 이후 원가 변동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가량 하락한 210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부재료 단가 상승, 광고판촉비 증가 영향으로 전사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 전년 대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도 하반기 사업 환경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음용유의 경우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가공유는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음용유보다 저렴한 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낙농가는 농가 소득 감소 등을 우려하면서 제도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27일까지 각 지회에서 도별 궐기대회와 우유 반납 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낙농가는 정부가 낙농제도 개편을 강행할 경우 원유 납품 거부 등 강경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