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는 부동산 시장 10년만에 재현

입력 2009-03-23 10:10 수정 2009-03-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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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효과 미미, 양도세 면세 등 2~3년 후 '빅뱅'

#전문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시장에 이른바 '열탕' 정책을 펴고 있다. 싸늘히 식어버린 부동산 시장의 재활과 이에 따른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10년 전 IMF시기 당시 나왔던 규제 완화책이 사라진지 5년 만에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당장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3년 여 후에는 다시금 부동산 활황세를 예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IMF 학습효과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본문

역사학자 토인비는 '역사는 반복'이란 말을 했다. 경제시장에도 반복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정책과 내수 흐름에 따라 반복을 거듭하는 대표적인 투자시장이다.

부동산시장은 후방산업이 많은 탓에 내수시장 견인 효과는 모든 투자상품 중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러한 부동산 시장은 공급이 한정적인 한계재인 토지가 기존자산인 만큼 정부정책에 좌우하는 특성이 아주 강한 시장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정부는 내수시장 진작과 부동산 투기 열기 차단을 위해 이른바 '열탕'정책과 '냉탕'정책을 번갈아 사용해왔던 것이다.

정부가 10년 만에 다시 부동산 '열탕'대책을 꺼낸 것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내수시장 진작을 위해서다. 아울러 이로 인해 위기 그 자체인 건설산업을 견인해보려는 복심도 정부 부동산 활황책의 한 이유인 셈이다.

■ 이명박 정부, DJ에 부동산 '열탕 대책' 배우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6월11일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른바 지방 미분양 대책이 바로 그 것인데, 정부는 잘못 건드려 폭등세가 일어날 경우 정부만 고스란히 책임을 지게 될 주택-부동산 시장 보다 건설업계의 요구 사항인 미분양 해소대책을 미리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부동산 시장이 아무런 미동도 없는 시기에 미분양 매입시 취등록세를 감면해준다는 '당근'이 약효를 보일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8월 이른바 8.21대책으로 불리는 첫 '열탕'대책을 발표했다. 바로 참여정부 시절 혹독한 '박해'를 받았던 강남 재건축 시장을 위한 대책이다. 8.21대책에서 정부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자유화와 재건축 후분양제 폐지를 단행했다.

정부는 9.1대책서부터는 직접적으로 세금 규제를 완화한다. 이 대책에서 정부는 양도세 기본세율 9~36%를 6~33%로 낮추고 1세대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기간을 강화했으며, '박정희 시절' 만들어졌다는 고가주택기준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주택공급대책도 병행하는 정책을 편다. 10월 10.21대책에서는 집 구매조건을 완화한 것. 처분 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등 가걔 부담 완화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지난해 11월3일은 참여정부 부동산 규제책의 사망일로 꼽힌다. 정부는 11.3대책에서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전면 해제했으며, 재건축에서도 임대주택과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등 강도높은 대책이 쏟아졌다.

또 11월13일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 책정 방식인 세대별 합산에 대해 위헌 판정을 내리면서 새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올 2월 2.12대책은 미분양 매입시 양도세 면세라는 IMF당시 대책에 다시 나온 대책이다. 2.12대책에서 정부는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비과밀억제권역에서 매입한 미분양 아파트는 5년내 매도할 경우 양도세를 100% 감면하고, 서울 등 과밀억제권역 미분양 아파트는 60%까지 양도세를 감세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의 3.15대책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참여정부 규제대책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물론 언젠가 재등장할 대책이지만 말이다.

실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규제대책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1년전 IMF시기 DJ정부가 사용한 대책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당시 DJ정부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재개발, 재건축을 장려했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해 미분양 매입시 양도세 비과세를 전면실시했다. 이같은 대책은 내용은 물론 실시 시기도 비슷하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 사이에선 이른바 'IMF학습효과'가 되살아 나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

■ 2001년 효과 다시 나타날까? 전문가들도 반신반의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의 효과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 실물 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쳤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거래 만큼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토해양부가 밝힌 올 2월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내역에 따르면 서울, 신도시, 수도권 등 주요 주거지역의 주택 거래건수는 2월들어 1월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났다.

특히 올 1월 재건축 규제 완화를 틈타 거래건수가 전달 대비 5배가 늘어난 강남권을 필두로 주택거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바로 이 것이 IMF학습효과다.

IMF당시 절망 상황에서도 집을 사모은 투자자들이 떼돈을 벌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기억은 모든 투자자들이 다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밀어주는 부동산시장은 다시금 투자자들에겐 '대박'을, 그리고 건설사들에겐 '부활'을 꿈꾸게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도세 감면의 효과는 무엇보다 클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정부 공식 집계만 16만 가구, 이중 4만여 가구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경우 이번 양도세 감면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올해부터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전년 대비 20~30% 수준으로 줄이는데 그 이유가 있다. 결국 현재의 공급 감소는 3~4년 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며, 현재의 미분양 아파트는 금값으로 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투자자들로선 주의할 게 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효과는 당장 효력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란 '학습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DJ정부 지난 98년 미분양 물량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조치를 처음 발표했지만 미분양 해소실적은 부진했다.

이에 따라 99년과 2000년에도 잇따라 양도세 비과세 조치를 확대했고 이는 본격적인 부동산 규제대책이 시작된 2002년 초반까지도 이어졌다.

그러나 미분양 양도세 비과세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첫 대책 실시 이후 3년만인 2001년 하반기부터. 이때부터 서울, 수도권 브랜드 아파트를 시작으로 집값은 폭등세를 보였고, 빠른 투자자들은 이에 따른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런 만큼 이명박 정부의 양도세 감면 조치도 2~3년 후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3~4년 후 부동산 열탕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그 폭은 1987년, 2001년과는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주택공급량 과잉에 따라 절대적인 주택 수 부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2002년만 하더라도 지방 주택시장에선 프리미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을 대형 건설사들이 '브랜드'아파트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리서치센터장은 "프리미엄이란 수요-공급 원칙에 위해 발생해야 하는데 당시 지방 주택시장의 프리미엄은 이 같은 수요-공급 원칙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품이라 볼 수 있다"며 "현재 남아 있는 미분양의 대부분이 지방이며, 주택 공급이 많았던 지역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부동산 열탕 대책의 효과가 나는 곳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박은 없다" 투자는 좀더 신중해야

결국 부동산 시장은 IMF 학습효과와 주택공급 과잉, 양 측을 저울질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2.12대책에도 불구, IMF학습효과가 있는 투자자들이 섣불리 미분양 매입에 나서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반증임 셈. 이에 따라 투자전략도 다소 보수적일 필요는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좀더 신중히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고민해야할 문제는 주택공급 과잉이며, 다음은 가격경쟁력이다.

이 역시 정부의 정책에 따른 걱정거리다. 정부는 지난해 10년간 150만 가구의 서민형주택,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안정적인 주거 기반이 마련된다면 내집마련 수요자가 위험한 '머니게임'에 참여할 가능성은 없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주택의 분양가 상한제를 계속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물론 분양가 상한액도 참여정부의 그것보다는 높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쪽에서 비교적 입지가 떨어지는 작은 평수라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향후 3~4년 후 올 부동산 활황기는 생각보다 '파이'가 작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노련한 투자자들은 이미 서울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이의 반증이다.

즉 기존 아파트가 인근의 비싼 분양가로 인해 후광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은 그동안의 시장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이에 따라 신규개발과 그에 따른 인구 유발가능성, 그리고 저가 주택 공급 부족 등을 모두 감안한 입지선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부동산시장에는 한가지 금언이 있다. 이는 바로 "정부정책에 맞서지 말라"이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부동산 시장의 처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전문가들이 '대박은 없다'라고 부르짖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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