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 5조 적자 기록한 정유사…이익 토해내야할까
정유업계 “한시적 이익에 ‘횡재세’ 논의는 시급해”
더불어민주당이 고유가 현상으로 인한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유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정유업계에서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횡재세’를 통해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로 정유사는 고유가 장기화와 높은 정제마진으로 2분기에도 조 단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144억 원으로 전망됐다. 에쓰오일과 GS의 영업이익 역시 각각 8687억 원, 875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정유업계는 최근 불거진 이익 환수 추진이 성급한 논의라는 입장이다. 지난해~올해 거둔 정유사의 영업이익이 고(高)유가로 인한 이례적 수익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정유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에 불황을 겪었다. 당시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 조치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유4사는 한 해에만 4조66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벌어들인 수익 역시 2020년 당시의 부채를 갚거나 탈탄소 시대 대응을 위한 신사업 투자에 상당 부분이 쓰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 수익의 상당 부분이 재고평가이익으로 발생한 만큼 향후 유가가 내려가면 이익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구조”라면서 “한시적인 이익에 벌써 횡재세를 논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 역시 “고유가 시대에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정유사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관련 정책이 나오면 최선을 다해서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정유사가 마치 고유가의 주범이고 국민에 피해를 끼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씌우는 것은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