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본업과 함께 부업을 하는 '투잡족'이 63만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업 인구는 주로 2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 그리고 일용근로자 등 코로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늘었다. 지난달 취업자가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지만, 취약 계층은 여전히 코로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19일 이투데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주된 업무 외에 부업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63만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000명(18.4%) 늘어났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로 최대다.
부업 인구는 작년 2월(1.6%)부터 올해 5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10월 58만8000명이었으며, 지난달 처음으로 60만 명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된 업무의 수입이 감소하자 '부업'에 나선 것이다.
연령별로 보면, 부업 인구는 코로나 취약계층인 20대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대 부업 인구는 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1만8000명) 급증했다. 프리랜서, 임시 계약직 등 '긱 이코노미'와 디지털 플랫폼 등에 이미 익숙한 청년층에서 본격적으로 부업 전선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캘리그라피(손 글씨) 부업을 하는 직장인 권지현(31) 씨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부업을 시작했다. 권 씨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직접 제작한 캘리그라피 카드, 봉투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작년에 자리를 잡으면서 돈을 좀 벌었는데, 최근 부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져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부업 인구도 1년 전보다 29.7%(6만1000명) 늘어난 2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부업 인구 중 절반가량인 47.0%였다. 정년퇴직 등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고령층이 생계 불안으로 여전히 취업 시장에 남아 단기 임시직을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허리인 40대 부업 인구가 31.2% 증가한 10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경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주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벼룩시장이 40대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한 60.3%의 응답자 중 66.5%는 본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시기는 코로나19 이후가 가장 많았으며, 이유로는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38.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피해를 본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부업 인구가 증가했다. 특히, 일용직 근로자 중 부업 인구는 3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5%(1만1000명) 급증했다. 일용직 근로자는 고용 기간이 짧고 근로 조건이 열악해 고용시장의 취약 계층으로 분류된다. 대개 건설 현장 근로자나 식당 주방 보조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고용이 불안정한 임시근로자의 부업 인구도 1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5%(2만3000명) 증가했다. 비교적 고용이 안정적인 상용근로자(정규직 포함 1년 이상 고용계약 노동자)도 전년보다 13.4%(2만3000명) 늘어난 19만4000명을 기록했다.
부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직원을 두지 않고 홀로 일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부업 인구는 전년보다 17.7%(2만7000명) 늘어난 17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자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등을 도입해 무인점포 등을 차리거나 배달 라이더, 대리기사 등 부업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부업을 하는 사람들은 고령층, 임시·일용직 등 대체로 근로여건이 열악한 고용 취약계층 중심으로 분포해 있었다. 저숙련 취약계층, 불안정한 일자리 중심으로 소득 보충 차원에서 부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부업 인구의 증가는 최근 빈곤화돼 있는 고령층 등이 생계를 위해 여러 개의 부업을 전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디지털 시대 이후로 근로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N잡러'가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