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증산분 유가 잠재우기에는 역부족”
세계투자은행, 유가 130달러 돌파 예상
정유업계 “정제마진 상승 좋지만 재고평가손실 불안”
세계 석유 수요 증가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주도의 10개 산유국들 간 협의체인 OPEC+의 미미한 증산을 결정하면서 3분기에도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유업계도 유가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OPEC과 OPEC+가 7~8월 추가 증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두 달간 원유 증산분은 기존 하루 43만 배럴 대비 50%가량 많은 64만8000배럴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OPEC+의 증산 방침이 유가를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증산량이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제재 물량을 상쇄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증산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6~8월에 원유 수요가 큰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는 등 세계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할 때 유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달부터 시작될 허리케인 시즌으로 미국 내 수급 상황도 타이트해질 예정이다. 이달 초 콜로라도 주립대학은 미국 허리케인 시즌의 태풍 추정치를 상향하면서 하나 이상의 대형 허리케인이 50%의 확률 이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 원유 재고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이미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94.2%를 기록하고 있어 추가적인 생산 증대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허리케인 시즌에 원유 및 정제설비가 피해를 본다면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3분기 브렌트유가 평균 배럴당 13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에서는 장기화한 고유가를 ‘양날의 검’으로 여기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통상 고유가는 정유사에 호재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의 수익지표인 정제마진도 덩달아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정제마진은 첫째 주 22.8달러에 이어 둘째 주 22.1달러를 기록하는 등 22달러 선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정제마진은 지난 4월 처음으로 20달러 선을 돌파했는데 이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유가가 오른 만큼 재고평가이익으로 인한 불안도 있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원유 확보를 위해 원유를 비축해둔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저유가일 때 사들였던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의 재고 평가이익을 보는 구조다. 그러나 유가가 언젠가 하락할 것을 고려할 때 현재의 이익이 다시 손실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볼 때 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으로 인해 정유사에 호재지만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기를 맞았을 때는 어차피 재고평가손실로 돌아온다”며 “내부에서는 추후 있을 유가 급락에 대해서도 우려의 분위기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