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해신 교수 “홍합 족사의 접착력, 작은 깨달음이 인간 삶 바꾸죠”

입력 2022-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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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전문가'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

노스웨스턴대 박사과정서 처음 홍합 연구 시작
홍합 특성 착안 피 안 나는 주삿바늘, 갈변샴푸 등 개발
“접착 단백질 활용한 모발 접착 기술도 개발 중”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좌교수. (사진제공=KCC)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좌교수. (사진제공=KCC)

홍합은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 속에서도 미끌미끌한 바위에 딱 붙어있습니다. 족사라고 하는 접착력을 지닌 하얀 실을 뿜어서 다른 물체에 붙이는 거죠. 이를 이용해 바위는 물론 바다를 떠다니는 나무, 스티로폼, 쓰레기 등 어디에나 붙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는 바닷속에서 홍합이 바위에 접착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의료용 지혈제, 모발 접착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홍합 단백질의 접착성을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다. 이 교수가 3년간 홍합의 족사가 지닌 인장력과 접착 강도를 측정한 연구결과는 2007년 ‘네이처 머터리얼즈’와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2018년에는 화학 및 재료분야 논문 인용지수 전 세계 1%에 들어가는 성과도 거뒀다.

관찰과 연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 교수는 2017년 홍합 족사의 접착력을 모방해 피가 나지 않는 주삿바늘과 접착성 의료용 지혈제를 개발했다. 항암제를 주사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다. 현재 이를 부산대학교 병원과 암 조직에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다.

이 교수는 “주삿바늘에 홍합 접착 단백질에서 추출한 얇은 막을 입히는데, 이 막이 피부나 혈관에 닿으면 하이드로겔 형식으로 바뀌며 바늘구멍에 덮어 출혈을 막는다”며 “이를 통해 출혈에 의한 전이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이용해 염색이 필요 없는 갈변샴푸도 개발했다. 홍합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산소와 만나 갈변하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홍합의 접착 원리를 반대로 이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7년에는 KCC와 함께 방담도료 연구를 진행한 것이 그 사례다.

보통 선박 표면에 따개비나 해조류가 달라붙으면 선체에 저항이 높아지고 연료 소비가 늘어난다. 이 교수는 돌고래 피부의 굴곡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KCC와 함께 친환경 무독성 실리콘 도료의 도장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교수는 “돌고래 피부를 살펴보면 홈이 촘촘하게 굴곡을 이루고 있는데, 이 굴곡 때문에 마찰력이 줄어들어 따개비가 들러붙지 않는다”며 “이를 도료 분사 후 마르기 전에 굴곡을 만드는 아이디어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 뷰티 분야에 접착 단백질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다. 탈모 환자를 위한 모발 접착 기술 개발이 대표적이다. 두피를 잘라내는 이식보다 위험성도 적고 경제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새로 붙인 모발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켜 밀어내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안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모든 생체모사 기술은 결국은 인간 삶의 질은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작은 깨달음의 순간이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저를 계속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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