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로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가 한국,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이 연이어 자신을 찾는 이유를 두고 이같은 유쾌한 답을 내놨다.
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나선 송강호는 목소리가 조금 쉰 상태였다. 칸영화제 여독이 풀리는 동안 “아주 심한 몸살감기를 3일 정도 앓았다”고 했다. “몸은 다 회복됐는데 목소리는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하고 신작 ‘브로커’ 이야기를 시작한 그는 대체로 즐겁게, 때로는 진지하게 답변을 건넸다.
송강호는 ‘거장’으로 손꼽히는 감독들과 연이어 작업했다. 8일 국내 개봉한 ‘브로커’는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도 연이 두텁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를,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을 작업했다. 배우 초년생일 때부터 합을 맞춰온 김지운 감독과도 현재 작업 중인 ‘거미집’을 포함해 5편을 함께했다.
그 연유를 묻자 송강호는 “영화라는 것이 우리의 삶, 이웃,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연구하는 작업이라면 송강호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이니까 쉽게 찾아주시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굉장히 운이 좋은 배우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송강호라는 이름 석 자에 걸려 있는 주변인의 기대감이 때로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배우는 단거리 주자가 아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결과를 내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연인으로서, 배우로서의 인생이 같이 가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으려고 애썼다. 그게 (지난 경력을) 관통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1989년부터 배우 일을 시작한 그는 연기 인생 30여 년 만에 정점에 올랐다. 배우 초년생이던 과거의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33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이라고 말하며 잠시 고민했다. 입 밖에 내지 못한 여러 가지 일을 떠올린 듯 그는 “나 자신에게 ’더 잘해라’라고 해주고 싶다”고 말하며 크게 웃었다.
2022년은 송강호에게 가장 바쁜 해가 될 전망이다. ‘브로커’ 개봉에 이어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얼마 전 촬영을 마쳤고, 신연식 감독의 ‘1승’도 관객과 만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2013년도에 딱 한 번,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세 작품이 연달아 나온 적 있는데, 그 이후로는 처음이다. 코로나 이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관통한 만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