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한국타이어의 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이수일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25일 충남 태안군의 아시아 최대규모의 주행시험장인 ‘한국테크노링’ 준공식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현대자동차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 사장이 현대차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한 것은 최근 몇 년간 한국타이어와 현대차의 관계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양측의 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건 2015년부터다.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은 지주사를 통해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손잡고 한라비스테온공조(현 한온시스템)를 인수했다. 한국타이어가 차지하는 지분율은 19.49%에 그쳤지만, 당시 세계 2위, 국내 1위의 자동차 공조부품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제조사인 현대차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었다.
같은 해 3월 제네시스는 타이어로 인한 소음, 진동 등의 문제로 4만3000여 대 차량의 타이어를 무상으로 교체했다. 당시 사용된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S1 노블 2’였다. 심지어 약 9개월 뒤인 12월에는 한국타이어의 ‘벤투스 S1 노블2’ 타이어를 장착한 제네시스 차량 1만2848대가 리콜 사태를 빚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타이어의 측면 부위 크랙으로 주행 시 타이어 공기압이 낮아질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리콜 사유를 밝혔다.
한 해에만 타이어 결함으로 인한 무상교체, 공식 리콜 사태가 벌어지며 한국타이어의 자존심이 구겨진 것은 물론 양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후로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라인업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사용하는 대신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이 사장 역시 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제네시스 차량을 개발할 때 저희(한국타이어)도 타이어를 개발했었다. 그때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에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이슈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사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타이어는 이후로도 아반떼, 그랜저, 싼타페 등 현대차 제품군에 타이어를 공급해왔다. 지난달 문을 연 한국테크노링에는 올해 하반기 현대차그룹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들어온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국내 최대 규모 드라이빙 체험 센터를 열고 최고 수준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히 부지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한국타이어 측은 하반기 현대차그룹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얻은 주행 테스트 데이터를 제공받아 자사의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행 데이터가 타이어 개발에 꼭 필요한 만큼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 사장은 양질의 타이어를 바탕으로 현대차와의 관계를 개선해 갈 계획이다. 그는 “아시다시피 한국타이어는 포르쉐 타이칸, 벤츠 S 클래스 등에도 납품할 정도로 인정받는 브랜드”라며 “현대자동차와 관계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