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세금은 왜 항상 문제일까?

입력 2022-05-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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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세금은 항상 논란거리다. 내재하는 특성 탓에 불가피한 것도 있지만 줄일 수 있는 논란도 있다. 세금이 왜 논쟁거리인지, 해결방안은 없는지를 살펴보자.

지금 ‘검수완박’으로 나라가 시끄럽지만 원래 평범한 사람들은 형사법을 포함해 법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민사법이나 행정법 등이 개정된다고 당장 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없거나 있더라도 그 범위가 극히 제한적인 까닭이다. 세법은 다르다. 세금은 모든 국민과 관련되고 일상에 늘 깊이 개입한다. 소득이 있든 없든 누구나 세금을 낸다. 돈을 빌려 편의점에서 빵을 사 먹어도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집을 사거나 팔 때 세금은 큰 고려 요소다. 그래서 누구나 세법에 관심이 많다.

과거보다 국민은 세금에 더 예민하다. 부가가치세 폐지를 요구한 1979년 부마항쟁을 제외하고는 세금이 요즘처럼 큰 이슈로 자리 잡은 적은 없었다. 예민해진 까닭은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변함없이 낮은 정부 신뢰도 때문이다. 개인이 부담하는 세금은 계속 증가하는 반면 내가 낸 세금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정도도 커진다는 인식이 납세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국가가 세금을 제대로 쓰는지에 대한 확신도 별로 없다.

누군가의 세 부담을 줄이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더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높은 과세표준 구간의 소득세율 인하에 늘 따라붙는 것 중 하나가 부가가치세율의 인상이다.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줄여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을 모든 계층의 세 부담 인상으로 보전하자는 것이다. 증세에 찬동하는 사람도 정작 자신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꺼린다. 세금을 두고 소득계층 간 갈등은 격렬하다.

세법은 어렵고 복잡하다. 주택 관련 양도소득세는 난수표에 가깝다. 세법은 매년 바뀐다. 교수들도 잠깐 한숨 돌리다가는 개정 내용을 깜빡 놓친다. 과문해서 물리학이나 천체학을 잘 모른다. 관심은 많지만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는 데 큰 불편함은 없다. 세법은 다르다. 어렵고 복잡하다고 외면했다가는 한 푼도 안 내도 될 세금이 수천만 원이 될 수도 있다. 세법 규정을 몰랐다는 항변은 조세불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관련되고 예민한 주제이며, 어려운 세법을 정작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세금에 관한 가짜뉴스나 선동적인 주장은 쉽게 대중을 현혹한다. 세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도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양도세 계산 등 지엽적인 계산지식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서 세금을 정면으로 다루는 학과는 극소수다. 경영학과에서는 계산 위주의 세무회계나 수험세법으로 다룬다. 법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과에서 세법 과목의 수강생 수는 고작 한자리거나 아예 개설조차 하지 않는 곳도 부지기수다.

의학과 의료가 다르듯 조세정책을 아는 것과 세금 계산을 아는 것은 같지 않다. 비유하자면 골프를 잘 치는 방법을 연구·개발하는 것은 의학이고 골프를 잘 치는 것이 의료다. 연구자들이 의학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낸 지식은 일반 진료 의사들이 행하는 의료 발전을 견인한다. 세금 계산이나 송무에 능한 실무자뿐만 아니라 조세정책을 연구하는 후속세대 학자들의 양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이렇듯 세금이 논란을 낳는 이유는 많지만 그중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정부 신뢰도 제고, 세제 간소화, 국민과 언론인에 대한 교육, 연구자 양성을 통해 세금을 둘러싼 불필요한 시빗거리를 줄일 수 있다. 중앙대에서는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신입생이 회계를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이처럼 세금 과목도 대학에서 교양필수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난다고 문제가 저절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그냥 손 놓고 있으면 역사를 순환론적으로 이해하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처럼 논란은 무한 버퍼링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증가한다는 래퍼곡선을 절대 법칙으로 추앙하는 주장을 언론에서 봐야 하나? 금리에는 빅스텝이 있어도 세금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오로지 베이비스텝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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