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사진제공=tvN)](https://img.etoday.co.kr/pto_db/2022/05/20220520161932_1754831_600_375.jpg)
임신 중단을 결심한 영주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동네에서 먼 산부인과를 찾는다. 이어지는 장면들은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든다. 병원에서 태아의 심장 소리를 들은 영주는 오열하고, 현은 영주를 안아준다. 병원을 나선 영주는 현에게 “나 진짜 너만 믿고 직진한다”며 출산을 결심한다. 그런 두 사람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흐른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드라마다. 노희경 작가의 4년 만의 신작으로 최고 시청률 12.8%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포스터. (사진제공=tvN)](https://img.etoday.co.kr/pto_db/2022/05/600/20220520161933_1754832_1200_849.jpg)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청소년 5만94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4%였다. 해당 연령(만 13~18세) 주민등록 인구가 약 28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지난해 기준 14.1세로 조사됐다. 2013년 조사 당시 12.8세였던 것에 비하면 다소 높아졌지만, 어른들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가 매우 크다는 걸 보여준다. 반면 성관계 경험자 중 피임을 실천한 경우는 65.5%에 불과했다. 성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분의 1은 피임을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낮은 피임 실천율은 10대의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아이를 출산한 10대는 918명이다. 이 중 15세 미만은 11명이다. 임신한 10대의 대부분이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임신을 경험한 청소년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사진제공=tvN)](https://img.etoday.co.kr/pto_db/2022/05/600/20220520161933_1754833_647_345.jpg)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지침서’는 5세부터 성교육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성교육을 의무화한 스웨덴은 만 4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한다. 중학교 때부터는 피임 교육을 진행하고 무료로 콘돔을 나눠준다. 독일 역시 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지정하고 위생적인 자위 방법과 안전한 피임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가 꼭 교육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의 성과 임신 소재를 다룰 때는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랑’으로 모든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것처럼 연출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임신한 청소년들이 겪는 현실은 드라마처럼 낭만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기 임신은 모체와 태아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신체 성장이 끝나지 않았을뿐더러 사회적 자립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0~19세의 임신은 20~24세의 임신에 비해 산모의 임신중독증, 산후기자궁내막염, 전신감염의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20세 미만 산모는 25~29세 산모보다 저체중아나 미숙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스틸컷. (사진제공=tvN)](https://img.etoday.co.kr/pto_db/2022/05/600/20220520161934_1754834_647_376.jpg)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의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낙태죄는 지난해 1월 1일부로 효력을 잃었다. 임신중단은 더는 범죄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들의 임신중단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병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영주처럼 임신중단 시기를 놓쳐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결말까지 7회를 앞두고 있다. 영주와 현이 겪을 갈등이 더 남아있겠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드라마니까. 드라마에서는 이들이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경험할 어려움까지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책임이 따를 수 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의 성 문제에 대해 외면하는 것도, 이를 포장하는 것도 모두 어른들의 무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