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로우라이즈·언더붑 등...올 여름 패션 트렌드에 엇갈리는 반응

입력 2022-05-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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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짧은 상의에 아슬아슬 골반에 걸친 하의. 형광 벨벳 트레이닝복에 비니 모자. 몸에 짝 달라붙는 크롭탑에 허리 장식이 돋보이는 부츠컷 데님 팬츠.

갑자기 웬 2000년대 초반 스타일이냐고요? 아닙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패션을 묘사한 것입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올여름 유행할 패션 트렌드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미 길거리에 종종 보이기도 하고요.

올해 여름은 일명 ‘세기말 패션’이 섞인 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유행할 전망입니다. Y2K 패션을 필두로 ‘로우라이즈’, ‘언더붑’ 등 유독 자유롭고 개성강한 스타일이 1020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기 때문입니다.

Y2K는 ’Year 2 Kilo‘의 약자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스타일을 말합니다. 시쳇말로 ‘세기말 패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짝이고 키치한 스타일의 액세서리나 로우라이즈, 크롭탑 등이 대표적이죠.

Y2K는 미국 유명 가수나 배우들 사이에서 유행이 시작됐습니다. 국내에서 Y2K 패션 하면 패리스 힐튼과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한창 학창 생활 중이었던 밀레니얼 세대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aby one more time’ 뮤직비디오나 하이틴 영화 '금발이 너무해'나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일종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패션이죠.

그런데 이 20년이나 지난 패션이 2022년에 또다시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그것도 Z세대에게 ‘신선하다’, ‘힙하다’는 평을 받으며 말입니다. 물론 이는 Z세대가 Y2K가 유행하던 시기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세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를 Y2K 시대를 기억하는 밀레니얼 세대만 해도 당시를 ‘흑역사’로 기억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Z세대는 Y2K 패션의 대표 스타일인 ‘로우라이즈(Low rise)’ 패션에 관심이 많습니다. 로우라이즈는 밑위 기장이 짧아 허리선 아래 골반에 걸치듯 하의를 입는 스타일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로우라이즈는 찬밥 신세였습니다. 배를 덮어 허리를 보정하기 좋은 하이웨스트 바지가 유행했었으니 말이죠. 그런데 미우미우가 2022 S/S 컬렉션에서 로우라이즈 미니스커트에 크롭탑 니트를 스타일링 한 룩을 선보이면서 Z세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을 모르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새로운’ 스타일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로우라이즈 스타일은 이제 새롭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재탄생했습니다. 심지어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갔습니다.

특히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과 소녀시대 출신 배우 윤아의 착장을 시작으로 로우라이즈 패션은 일반 대중에게도 보편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로우라이즈 하의와 크롭탑을 매치한 일반인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10대 이용자가 많은 틱톡에선 말할 것도 없죠.

물론 요즘 로우라이즈 스타일은 20년 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치마의 경우 미니스커트 형태로 유행 중인 반면 바지는 스키니가 유행이던 20년 전과 달리 통이 넓은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허리선이 많이 드러나는 로우라이즈는 일상에서 입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최근에는 그렇지만은 않은 분위기입니다. ‘디키즈 874’ 팬츠가 로우라이즈 패션용으로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디키즈 874는 본래 남성용 제품입니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이 허리 부분을 뒤집어 허리 안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로우라이즈 스타일로 착용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허리가 부담스러울만큼 강조되지 않으면서도 로우라이즈 패션을 스타일링 할 수 있어 일반인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2000년대 초반의 로우라이즈 패션보다 더 다양하고 독창적이지 않은가요?

Y2K에 힘입어 비교적 최근 유행이 된 스타일도 있습니다. 바로 ‘언더붑’(Underboob)’ 패션인데요. 상의 기장을 짧게 만들어 가슴 아랫부분을 살짝 드러내는 패션을 말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스타일입니다. 다만 다소 낯선 패션이다 보니 국내에선 올해 여름에서야 주목받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언더붑 스타일링이 시작이었습니다. 3월 블랙핑크 제니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의 패션쇼에 참석해 언더붑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니트 소재의 로우라이즈 스커트와 언더붑 스타일의 상의가 ‘힙하다’며 인기가 많았죠.

이후 공민지, 비비, 한예슬, 현아 등 국내 유명 연예인들 또한 언더붑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게다가 최근 인플루언서 홍영기가 놀이동산에 놀러 가면서 언더붑 패션을 선보여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낯설어하던 유행 초창기보다 꽤나 대중적인 패션으로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실제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언더붑은 검색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인사이트에서 최근 3달간 ‘언더붑’의 클릭량 추이를 보면 4월 말부터 클릭량이 급격히 올라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최근 ‘핫’했다는 증거겠지요.

다만 ‘흑역사’로 불리던 Y2K 패션과 과감한 언더붑 패션에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부담스럽다’는 부정적 의견과 자유롭고 ‘힙하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혼재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부정적인 이들은 “노출이 과하다”거나 “난해하다”고 주장합니다. 대학생 이 모씨(21)는 “일상에서 가슴만 아슬아슬하게 가리거나 배를 훤히 드러내고 다닌다면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민망할 것 같다”며 “특이하니까 일시적으로 ‘반짝’ 유행하는 스타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패션이 돌아왔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Y2K 패션이 ‘흑역사’로 불렸던 시절을 기억하는 만큼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반면 긍정적인 이들은 오히려 “신선하고 트렌디하다”, “자유롭고 세련됐다”는 반응입니다. 대학생 양 모씨(20)는 “개성 있는 패션의 일종으로 신체 일부를 과감히 노출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자유롭고 멋진 패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옷에 관심 많은 주변 친구들이 많이 입는 것을 봤다”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자유롭게 기장과 노출 정도를 조절해가며 입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패션의 트렌디와 난해함은 한 끗 차이입니다. 또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분야다 보니 객관적인 판단 자체가 어렵기도 합니다. 따라서 논쟁보단 ‘인정’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Z세대만의 패션을 새로운 트렌드로 인정해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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