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단지, "리모델링 하긴 하는거야?"

입력 2009-03-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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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건축 정부지원 소식에 사업추진 관망 분위기 늘었다

참여정부 시절 재건축 대안 사업으로 떠올랐던 리모델링이 조합 및 시공사들의 다른 생각에 따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리모델링이 갈수록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사업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 당시 참여정부는 집값 앙등의 주범을 재건축으로 간주하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연한을 40년까지 대폭 연장하면서부터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사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이로 인해 리모델링 사업을 검토하게된 입주 20년차의 중층 단지들은 용적률 최고 250% 제한과 임대아파트 의무 비율 등 여타 재건축 규제에 시달리면서 재건축 사업은 완전히 메리트를 잃게 됐다. 여기에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참여정부가 3분의 1까지 증축을 허용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일약 주택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하게 됐다.

이에 따라 주로 80년대 중후반 지어진 15년 규모 중층 아파트들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됐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쌍용건설과 대림산업 등 리모델링 부문 선도업체들을 필두로,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업체들이 잇따라 수주 경쟁에 참여하면서 큰 규모의 시장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명박 정부가 재건축 사업을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말까지 꺼내면서 도심 재건축 사업을 지원하자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리모델링 단지들이 정부 차원의 새로운 재건축 지원책을 기다리며 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단지들 뿐 아니라 시공사들 역시 리모델링 사업에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림, 삼성 등 대형건설사들은 서울과 5개 신도시에서 잇따라 리모델링 시공권을 수주해놓고 있지만 사업은 시작도 하지 않고 있는 단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반포미도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지난 2007년 대림산업과 쌍용건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며 대림산업이 리모델링 시공권을 수주해 리모델링 화제 단지로 올랐지만 이후 1년 반이 지나가도록 이런저런 도면만 나올 뿐 별다른 사업 진척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이후 대형사들의 신도시 리모델링 수주 확대로 시공 우선협상 대상업체를 선정한 단지들도 리모델링 수주 소식을 담은 대형 플래카드만 단지에 걸어놨을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업체나 조합이나 모두 '진지하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가 하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건설업체들로선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사업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아직 사례가 충분치 않은 사업 방식이나 설계 기법, 그리고 철거 노하우 등을 볼 때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까다로운 사업이란 인식까지 강하다. 그럼에도 공사비는 오히려 리모델링이 더 싼 만큼 사업 수지가 크게 좋은사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을 봐도 쌍용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 수주권을 독식하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이다. 즉 이들에겐 차라리 익숙한 재건축으로 사업이 바뀌는 게 훨씬 유리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견건설사로 인식되며 대형사에 비해 재건축, 재개발 수주 능력이 낮아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새로운 주택사업 성장 동력으로 보고 이 부문을 키워왔던 쌍용건설만 타격을 입게 될 판국에 놓였다.

조합 입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집값이 오른 곳은 단지 전체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는 등 재건축에 준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한 서초구 방배동 쌍용예가 클래식 한 곳 뿐이며 그나마도 재건축에 비교될 만큼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것도 아니다.

그런 만큼 재건축 분담금의 70% 이상을 주고 리모델링을 할 바엔 차라리 '리모델링 재료'를 통해 집값이나 띄우자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즉 세대당 1억원 이상이 투입되지만 실제 효과는 공사비도 건지기 어려운 것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리모델링을 실제로 추진하는 것보다 이를 재료로 삼아 집값이나 올리려는 게 조합들의 생각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은 결국 10여년 후에는 반드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리모델링 시대'에 역행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즉 리모델링이 절실히 필요한 단지가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90년대 이후 지어진 2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들은 필연적으로 리모델링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단지 집값을 띄우려는 재료만으로 쓰기엔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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