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계 출신인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추진을 위해 친시장 성향의 인사가 고용부 장관으로 발탁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인선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한국노총 기획조정본부장과 대외협력본부장·정책본부장을 거쳐 사무처장에 올랐고, 2017년부터 3년간 고용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는 한국노총에 몸담고 있는 동안 주 5일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세종 관가에서는 이 전 사무총장의 고용부 장관 지명을 예상하지 못했다. 새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 기조와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주 52시간 개편, 최저임금 차등화, 연공제 임금체계 손질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면서 친시장 성향의 인사가 장관으로 발탁될 줄 알았다. 예상을 깬 인사다"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자는 유력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간 고용부 장관 후보군에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 등 정치인과 학계 인사들이 거론돼 왔다.
노동계는 예상치 못한 이 후보자 내정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 후보자가 새 정부에서 그간의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발휘해 합리적인 조정자로서 역할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건 강성 성향인 민주노총은 이 후보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기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에 크게 반발해 결의대회까지 연 민주노총이 친시장 선향의 인사가 고용부 장관으로 지명됐다면 강력한 규탄이 예상됐었다.
이에 비춰볼 때 이 후보자의 발탁은 새 정부가 출범 초부터 급진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으로 순차적으로 현안을 풀어 나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 후보자가 후보 지명 후 15일 첫 출근길에서 주요 노동시장 유연화 현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해 "수차례 노사 간의 이견 다툼으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단일 업종으로 가는 것이 정치, 경제,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맞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를 둘러싼 경제 환경이나 현실이 바뀌면 바뀔 수도 있겠다"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 사, 공익이 서로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제 개정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노동시간을 여야 합의로 개정했고, 정착 내지 안정화 단계에 있기 때문에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우선 중요한 것은 (주52시간제를)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